목진석, 14년만에 다시 쓴 90승

목진석(27)이 마침내 대망의 90승 고지에 올라섰다. 10일 벌어진 마스터즈 토너먼트 2회전서 전영규 二단을 흑 불계로 제압, 올 시즌 90승 27패를 마크한 것.

지난 93년 이창호(32)가 수립한 종전 연간 최다승(90승 19패)과 타이 기록이다.

목진석은 오는 13일 마스터즈대회 3, 4회전, 15일엔 바둑리그를 앞두고 있으며 26일부터는 바둑왕전 예선에 출전해 연간 최다승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물론 3개 기전서 모두 패해 연간 타이기록으로 그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2007년의 목진석과 93년 이창호 기록의 ‘함량’은 어느 쪽이 높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도’ 면에서 이창호 쪽이 월등하다. 목진석은 본선 이상 무대에서 거둔 승수 비율이 총 승수의 42.2%에 불과했다. 10승 중 6승 정도를 예선에서 챙겼다는 뜻. 이에 비해 이창호의 본선 승수 비율은 무려 90%에 달한다. 그럼에도 전체승률에서 이창호는 목진석보다 5%포인트 이상 앞섰다.

목진석은 올해 결승 또는 도전기에 나서지 못했다. 손에 넣은 타이틀도 당연히 없다. 반면 93년 이창호는 44국의 결승 및 도전기를 치러 75%의 승률을 올리며 무려 11개 타이틀을 석권했다. 연승 기록 부문에서도 이창호는 당해 연도에 15연승만 2차례를 기록, 12연승 한 차례에 그친 목진석을 압도했다.

목진석은 10일 현재 117국을 소화, 이창호가 89년 세웠던 연간 최다대국(111국)을 이미 추월했다. 사흘에 한 번 대국한 꼴로,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판 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속기(速棋) 기전 비율이 높아지면서 체력 부담은 많이 완화됐다.

두 기사의 전체승수 대비 속기승리 비율은 목진석이 전체의 37.8%, 이창호는 15.6%. 18세 시절의 이창호는 기량은 물론이고 체력 면에서도 무쇠처럼 단단했음이 새삼 확인된다.

하지만 목진석의 기록은 그것대로 높이 평가될 만하다는 게 바둑계의 중론이다. 93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무려 14년 만에 수립된 기록이기 때문. 특히 스무 살 전후 발군의 젊은이들 틈에서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기록을 작성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부지런히 ‘씨’를 뿌린 목진석은 맥심배와 원익배, 기성전 등에서 4강 고지를 밟아 내년 초 타이틀 수확을 노리고 있다.

한편 이창호의 93년 기록엔 진로배에서 거둔 1승 1패와 TV아시아대회 때 거둔 1패가 비공식 대국으로 처리됐었음이 이번 집계 과정에서 밝혀졌다. 한국기원은 2001년 1월 이전엔 외국 주최 대회 등 일부 국제기전은 공식전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 따라서 93년 이창호의 총 전적을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91승 21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