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의 축포… 제일화재 “신성건설 나와”

한편 8일 끝난 리틀 바둑리그 최종 결승에선 서울이 경기를 3대2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신성건설과 제일화재 간의 플레이오프는 14일 시작된다. 10일 공개된 오더를 열어본 결과 신성건설은 속전속결, 제일화재는 지구전 전략으로 무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화재 에이스 이세돌이 중국리그 출전 관계로 최종 5국에나 기용될 것이 미리 간파됐기 때문.

대진은 김주호(상대전적 4승) 대 홍성지, 조훈현(7승 8패) 대 조한승, 진동규(2패) 대 목진석, 배준희(1승) 대 윤찬희, 이세돌(4승 1패) 대 최원용 순이다(앞 선수가 제일화재, 뒤가 신성건설).

신성건설은 정규리그 막판 조한승이 3연승, 목진석과 홍성지가 각각 2연승하는 등 ‘3 톱’의 컨디션이 호조다. 초반 기선 제압으로 2년 만의 정상 복귀를 이뤄낸다는 각오. 제일화재는 조훈현 김주호 배준희 등 준 플레이오프 관문을 뚫은 선수들의 전진 배치가 눈에 띈다. 정규리그 4위로 올라와 ‘밑져야 본전’이란 여유가 강점이다. 정규리그에선 전기 때 제일화재가 3대2로 이겼으나 후기 때는 신성건설이 3대1로 설욕하며 2위 자리 쟁탈에 성공했었다.

조훈현은 올해 고작 3장으로 뽑혔다. 나이도 55세로 이번 KB국민은행 2007 한국바둑리그 최고령 선수다. 그가 자신의 아들보다도 어린 적장(敵將) 백홍석(21)을 KO시켰다.

바둑이 끝났을 때 엄청나게 거대한 백의 대마는 전멸한 채 반상(盤上) 중앙에 널브러져 있었다. 정군산 전투에서 위나라 맹장 하후연을 벤 촉군(蜀軍) 노병 황충의 기세가 이랬을까.

그 한 판의 승리를 축포 삼아 제일화재가 플레이오프 무대에 성큼 올라섰다. 지난주 벌어진 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위 제일화재가 3위 울산디아채에 3대1로 역전승, 2위 팀 신성건설과 챔프 결정전 진출을 다투게 된 것. 조훈현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도 유일하게 이겨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결정적 수훈을 세운 바 있다.

2003년 원년대회 때부터 출전해 3위, 5위, 6위, 5위 등 중하위권에서 맴돌아온 제일화재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노리게 됐다.

위기도 있었다. ‘믿을 맨’ 이세돌이 7일 첫 판에서 강동윤을 만나 패했을 때 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어진 2국에서 루키 배준희가 울산 윤현석과 엎치락뒤치락 끝에 흑으로 반 집을 남겨 극적으로 균형을 되찾은 게 컸다. 이튿날 김주호가 박승화를 눌러 형세를 뒤집은 뒤 조훈현이 마지막 결정타를 꽂아 넣은 것.

신생 팀 울산디아채는 장수를 때려잡고 병졸 셋에 사로잡히는 꼴이 되면서 내년을 기약했다. 올해 13승 1패를 마크한 울산의 대들보 강동윤은 후기 MVP(득표율 66.8%)에 선정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