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사라진 검증론

〈총보〉(1~246)=져도 좋다는 마음으로 임했으리란 짐작은 빗나갔다. 대국을 마치고 검토실에 ‘개선’한 한상훈은 “류징에겐 꼭 이겨야 한다고 다짐하고 일본에 왔다”고 했다. 그 류징의 대국보(對局譜)를 딱 하나밖에 못 구해 초반엔 기풍 파악이 힘들었다고 했다. 류징은 한상훈의 기보를 몇 개나 구해 연구하고 왔을까. 현대 바둑은 자그마한 실투(失投)하나가 승부를 가른다는 점에서 야구와 닮았다. 흑이 초반 77로 좌변에서 삐끗하자 한상훈은 가차없이 응징한 뒤 끝까지 밀어붙였다. 앞서 53도 조급함이 초래한 실수. 이 수를 보류하고 참고도처럼 장기전을 폈더라면 A의 부담 때문에 백도 쉽게 주도권을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19세 초단 돌풍을 몰고 왔던 한상훈은 이번 LG배 8강전과 4강전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二단으로 승단했다. 이번 LG배서 그가 거둔 성적은 이 판까지 무려 8연승.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던 바둑계 일각의 시비(?)도 쏙 들어갔다. 돌풍의 끝은 과연 어디쯤일까. (56…37, 88…82, 175 181…33, 178 207…172, 246…39, 246수 끝 백 4집 반 승, 소비시간 백 1시간53분, 흑 2시간5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