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정상(頂上) 회담

〈1보〉(1~16)=한국의 7관왕 이세돌과 일본의 5관왕 장쉬 간의 일전. 둘은 12년간 LG배를 치르는 동안 각각 7회와 9회 대회 때 한 번씩 정상에 섰던 왕년의 우승자들이다. 명실 공히 한 일 양국의 최정상 스타인 둘이 제12회 대회 패권을 향한 8강 길목에서 맞닥뜨렸다. 바둑계의 한·일 정상회담이라고나 할까. 웬만한 결승전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황금 카드다.

세 살 아래의 이세돌, 홀짝을 맞추자 지체 없이 흑돌 통을 끌어당긴다. 백 2는 장쉬 특유의 심리전이자 투지의 표출. 바둑 판 위 어디에도 착점할 수는 있지만, 상대방 오른쪽 귀에 두는 것은 결례란 게 불문율로 돼 있다. 5로 즉각 걸쳐 전투모드로 들어간다. 이세돌 조훈현 등은 언제나 귀 굳힘 대신 이런 포진을 즐긴다.

8로는 참고도 1이 보통이지만, 흑 2의 협공 때 백 3의 역협공하는 수가 요즘 일본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대형에선 백돌이 1보다는 A 자리에 있는 것이 더 안정적이란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 결국 15까지 지극히 고전적인 옛 정석이 수놓아졌다. 16은 약간 어정쩡한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하변 어딘가에는 놓아야 한다. 포석의 갈림길에 들어선 흑의 다음 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