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배짱좋은 선공

〈제2보〉(17~35)=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창호와 이세돌의 양강 체제였던 바둑계 기상도는 불과 1년 만에 이세돌 독주체제로 바뀌었다. 신년 벽두 국제대회(도요타덴소배) 우승을 신호탄으로 엄청난 ‘타이틀 식성(食性)’을 보이기 시작한 것. 도요타덴소배를 놓고 결승서 다퉜던 상대가 바로 장쉬였다. 당시 준우승에 그쳤던 그로선 홈에서 절호의 설욕 기회를 맞은 셈이다. 통산 전적은 쌍방 2승 2패로 호각세.

백 20때 21은 어땠을까. 결과론이긴 하지만 참고 1도 1을 차지하고 9까지 처리하는 쪽이 나았으리란 지적이 나왔다. 22의 붙임을 당한 뒤 흑이 썩 기분 좋은 진행이 아니었기 때문. 23으로 아래 쪽에서 젖히면 31까지는 상형인데 백도 축머리 이용이 남는다. 물론 25로는 참고 2도처럼 처리하고 우상귀를 굳히는 실리 수법도 가능하다.

34가 놓였어도 당장 축은 아니지만 흑의 운신 폭이 제한받고 있다. 그래서 흑도 ‘가’ 정도로 보강하는 게 정석. 그러나 이세돌의 선택은 35였다. 선공을 통해 약점을 적절히 커버하겠다는 배짱이다. 백도 기로를 맞았다. 참을 것인가, 역습에 나설 것인가. 서서히 판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