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 "눈이 슬퍼 보인다"는 그말에...정극 연기 도전

"처음엔 시나리오가 잘못 들어온 줄 알았어요."

역시 방송인 탁재훈은 재밌다. "감독님이 제 눈을 보더니 슬퍼보인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에 혹해서 그만…." 재치와 애드리브의 향연이 그칠 줄 모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에 접어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진지해진다. "사실은 정극 연기에 대한 욕심이 늘 있었어요. 기회다 싶었죠." 조용한 말투였지만 고민의 흔적들이 절로 묻어났다.

탁재훈은 다음 달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어린 왕자'(감독 최종현)에서 마음의 상처를 지닌 폴리아티스트 역을 맡아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진지한 모습은 물론 눈물 연기도 펼쳐보인다.

"흥행요? 물론 잘 되면 좋겠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진정성을 먼저 평가받을 수 있으면 합니다." 본인의 말마따나 배우 탁재훈에게 '어린 왕자'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정상급 가수와 만능 방송인으로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연예인이었던 그가 '왜?'라는 의문 부호 속에 스크린으로 뛰어든 지도 벌써 3년이 다 됐다.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맨발의 기봉이' 등에 출연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많이 받았지만 단역까지 자청해 출연하면서 조용히 내공을 다졌고, 지난 8월에는 첫 투톱 주연작인 '내 생애 최악의 남자'를 스크린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탁재훈의 가슴 속에는 늘 허전함과 서운함이 있었다. "아직도 저를 '영화배우'로 인정 안 해주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예요. 제가 넘어야 할 산인거죠."

그래서 그는 과감히 변신과 도전을 택했다. 더욱이 처음으로 맡는 원톱 주연. 거의 모든 회차를 소화해내며 아역배우들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치열한 고민과 함께 탁재훈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또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면 흥행 욕심부터 냈겠죠. 그런데 이번엔 오로지 연기에 대한 고민만 했습니다. '연기한다'는 느낌이 나지 않도록 철저히 저 자신을 눌렀어요. 많이 오셔서 봐 주세요."

웃음으로 시작해 뜻밖의(?) 진지함 모드로 나가던 인터뷰. 하지만 역시 탁재훈이었다. 그의 뼈있는 농담 한마디에 인터뷰는 폭소로 끝이 났다.

"제가 2005년에 KBS 연예대상 MC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거든요. 이번엔 대상을 받고 싶은데, (이)휘재가 분주히 다니는 것 같더라구요. 큰 일 났어요. 영화 홍보에 컨츄리꼬꼬 콘서트 준비 하느라 로비할 시간이 없어요 하하."

넉넉한 유쾌함이 있어 진지한 고민이 더욱 빛난다. 탁재훈의 2008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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