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은 바래도 꿈은 여전히…’

남자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어려서부터 가지고 놀았을 장난감 자동차 하나하나가 사람의 초상(肖像)처럼 그려졌다. 아슬아슬 수직으로 높게 쌓여 있고, 서로 손을 잡은 듯 둥글게 원을 이뤄 서 있는 빨간 자동차들에서 사람 군상(群像)의 색다른 모습이 느껴진다. 서울 청담동 서미앤투스 갤러리에서 하는 영국 화가 제레미 디킨슨(Jeremy Dickinson)의 개인전에 가면 장난감 자동차들이 조용히 숨어서 키득키득 속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작가 자신이 장난감 자동차를 방 안 가득 모아 놓은 수집광이다. 이 조그만 모델들을 통해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난 장난감의 페인트칠이 벗겨지듯 겉 빛깔은 바랬어도 내면엔 어린 시절의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담았다. 1월 4일까지. (02)511-7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