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화려한 거래

〈제4보〉(59~72)=이세돌은 한국 선수단보다 하루 늦게 현지에 도착, 휴식 없이 이 바둑에 임했다. 중국리그 때문이었다. 올해 내내 이런 식의 강행군이다. 주위의 우려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아직 젊어서 체력 걱정은 없다. 중국엔 꼭 돈을 벌려고만 가는 건 아니다.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많은 공부가 된다.” 그는 자신의 중국리그 성적과 국제대회 승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을 ‘증거’로 들었다. ‘이세돌식 프로페셔널리즘’이다.

59는 백 △와 우상귀 백을 차단하겠다는 의미. 여기서 백이 당장 ‘가’로 기어나가면 어찌되나. 흑은 11까지 사석(捨石)으로 처리할 심산이다. 흑의 등이 엄청 두터워져 A로 씌워오면 백도 겁난다. 그래서 60으로 정비하자 흑도 61로 보강했다. 이제 백 ‘가’의 준동은 불가능해졌다. ‘나’도 흑의 권리로 남았다.

62까지 백이 아득한 계곡 같던 중앙 흑세를 지우는 사이 흑은 좌변에서 현찰을 챙겼다. 절정 고수(高手)들다운 화려한 흥정이자 거래다. 63은 이세돌다운 급습. 그러나 72까지 백도 깔끔하게 형태를 정비했다. 흑은 여기서 ‘다’와 ‘라’ 중 어느 곳을 택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