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 천정명, "아역들과 동화처럼 살았어요"

천정명 "헨젤과 그레텔, 군입대 미뤄가며 촬영한 영화"

새 영화 개봉 박두에 입대 카운트 다운. 배우로서, 남자로서 이래저래 마음이 착잡할 만 하다. 하지만 천정명은 특유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군대 가면 그리워질 자장면을 한 그릇씩 앞에 놓고 천정명의 입대 전 마지막 영화 '헨젤과 그레텔'(27일 개봉) 이야기를 했다. '헨젤과 그레텔'은 문제작 '남극일기'를 연출했던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잔혹 동화'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앞세운 작품.

전작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성격의 영화다. 천정명이 연기한 은수는 우연한 사고로 깊은 숲 속에 살고 있는 세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기이한 일들을 겪는 인물. 공포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다분히 잔혹한 부분도 있는 데다, 특히 띠동갑도 안 되는 한참 어린 아역배우들을 이끌고 촬영을 해야만 했다. 겁이 많아 공포영화를 3분 이상 못 보고, 이전까지 또래 혹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귀엽거나 거친 이미지를 연기했던 그로서는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입대 전 변신과 도전을 선택했고 시사 후 반응도 좋게 나오고 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입대 전 마지막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신중히 생각했어요. 미지의 장르에 대한 도전, 꼭 하고 싶었죠."

아역들과 함께 한 4개월여의 촬영.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은원재로부터는 굴욕(?)도 당했다. "원재는 드라마(패션 70s) 때 제 아역도 연기했고, 쫑파티 때도 본 적이 있어서 반가워 했어요. 그런데 글쎄 원재가 '우리가 뭐 친했었나요'라고 반문하더라구요. 걔가 원래 좀 까칠하거든요."

그러나 천정명은 철저히 눈높이를 낮추며 아역들과 하나가 됐다. 촬영장 근처 마트에 가서 바둑판, 장기판 등을 사 와 함께 놀고, 틈 나면 게임과 운동을 하며 놀았다. 덕분에 이젠 당장 장가가서 애 낳아도 키우는 데는 자신이 생겼단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희희낙락, 촬영이 내내 동화같았던 건 아니었다. "4월에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있는 원시림에서 촬영을 했는데 추워서 죽는 줄 알았어요. 봄이라 안심했는데, 부랴부랴 방한복을 사러 갔었죠. 판타지적인 요소를 늘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부분도 힘들었구요."

워낙 달변과는 거리가 먼 지라 몇 마디 안 되는 말들이었지만, 크랭크인 때 비해 훌쩍 큰 아역들의 키처럼 '배우' 천정명은 성장해 있었다. 2년 후 더욱 더 여문 모습으로 돌아올 그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김천홍 기자 scblog.chosun.com/flash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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