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갤러리 ‘나의 아름다운 하루’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나의 아름다운 하루(One Fine Day)’(2월 24일까지·02-2259-7781)는 경이로울 것 없는 우리 ‘일상’에 대한 작품을 새삼스럽게 모둠해서 보여준다. 그림, 영상, 조각, 설치작품 등으로 표현된 전시작들은 한국, 일본, 중국의 청장년층 작가 12명이 자신들 삶의 자리를 제각각 전혀 다른 배경에서 발표한 구작(舊作)이 대부분이다.

갤러리 측은 ‘일상 예찬’의 맥락에서 이것들을 다시 엮었다. 참여 작품들에서 ‘나의 하루’는 사실 지금 여기 우리의 때가 껴서 진부해진 모습, 잡다하면서도 썰렁한 상황, 사회적 억압 속에서 꾸는 소박한 꿈의 심리상태로 채워져 있다. 가령 2000년 최호철이 그린 ‘을지로 순환선’ 드로잉에서 지하철 2호선 승객들의 표정은 피곤에 절고 무뚝뚝함으로 얼룩져 있는데, 2007년 오늘 밤 우리의 얼굴이 똑같이 그럴 것이다. 중국의 첸 샤오숑이 사진으로 조립한 축소판 ‘가정풍경’에는 가족이 온갖 잡스러운 가재도구 중 하나에 불과해 보이며, 박주연의 ‘삼인칭 대화’ 영상에 등장하는 남자는 영어 통역자를 통하지 않고는 자신의 꿈조차 펼칠 수 없다. 다국적 조명 제조 회사 ‘오스람’ 중국 현지 공장의 기계 공정과 내륙 노동자의 소망을 담은 차오 페이의 영상은 한국 노동 현장과 완전한 닮음 꼴이다. 비단 특정 국가, 특정 세대, 특정한 삶의 조건에 한정하지 않아도 좋을 이 구체적 현실의 모습들은 예술가들이 지각한 일상 표면의 ‘까칠함’이다.

그런데 로댕갤러리는 전시명의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가 유도하듯이 이러한 작품들을 상찬함으로써 나나 당신이 지치도록 경험하고 있는 이 까칠한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그 표면에서 느껴지는 거친 속성을 거리를 두고 즐겨도 좋지 않겠냐고, 미술작품이라는 심미적 형식 속에서 보면 그런 질감도 꽤 아름다워 보인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아름다운 하루’는 ‘까칠하게 화창한 나날’이라 말해도 좋다. 전시는 기획 측이 밝힌 것처럼 “철 지난 노래”를 읊고 있기는 하지만 노래에 ‘18번’이나 ‘리메이크’가 있듯이, 미술에서 이미 선보인 작품을 ‘빈번하게’ 또는 ‘다시 보여주지’ 못할 이유도 없다. 특히 아직 여전히 미술을 평범한 생활과는 다소 격차가 있는, 귀족적이고 범접 못할 어떤 것으로 여기는 대중은 이 전시를 보는 날, 오랜만의 여유를 느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