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의 영남일보 한국리그 정상에 서다

장장 8개월여에 걸쳐 열전을 펼쳐온 바둑리그도 키워드(핵심어)는 역시 ‘젊음’이었다. 평균 연령 20.2세에 전원 80년대 출생 기사로 구성된 최연소 팀 영남일보가 KB국민은행 2007 한국바둑리그 정상에 섰다. 23일 소공동 롯데호텔서 막을 내린 챔피언 결정 2차전서 영남일보는 신성건설을 3대0으로 완파, 1차전 3대2승에 이어 2연승을 거두며 축배를 들었다. 영남일보는 창단 첫해였던 지난해 대회 때 최하위(8위)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2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리던 ‘5년 개근 팀’ 신성건설은 준우승에 그쳤다.

영남일보 3장 홍민표 대 신성건설 주장 조한승 전이 올 바둑리그 시즌오프 대국이 됐다. 상대 전적에서 통산 3대0으로 앞서는 조한승이 이겨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리란 게 주변의 예상이었고, 실제로도 막판까지 백의 승리가 유력했다. 하지만 홍민표는 혼신의 추격에 나서면서 조금씩 차이를 좁혀 갔다. 결과는 301수 만에 흑의 극적인 반 집 승. 홍민표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격한 게 주효했다. 우상귀에서 팻감을 찾아낸 것이 마지막 반 패를 이긴 원동력이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영남일보는 19일부터 벌어진 1차전서 에이스 이영구가 상대 조한승에게 패하는 등 초반 2경기를 잃는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상황이 거짓말처럼 반전됐다. 김지석과 허영호가 신성 최원용 홍성지를 연파해 타이를 만들더니, 최종국서 홍민표가 윤찬희를 흑 불계로 꺾어 극적 역전에 성공한 것. 기세를 탄 영남일보는 2차전서 허영호 김지석 홍민표가 신성건설 목진석 홍성지 조한승을 차례로 눕히며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결승서 거둔 2승을 모두 ‘승리 타점’으로 잡아내는 수훈을 세운 홍민표는 지난해 Kixx 소속으로 팀이 패권을 차지할 때도 최종전을 장식한 바 있어 ‘우승 해결사’의 이미지를 굳혔다. 84년 생으로 팀의 ‘맏형’인 그는 배짱이 두둑하기로 소문나 있다. 영남일보에선 홍민표와 함께 김지석과 허영호 등 3명이 챔피언 결정전서 2승씩을 따내 막강 트리오의 위력을 과시했다. 신성건설로선 철석같이 믿었던 홍성지의 결승전 2연패가 뼈아팠다.

우승이 확정된 후 영남일보 선수들은 최규병 감독을 헹가래치며 기쁨을 나누는 등 스포츠 경기에서나 볼 수 있던 광경을 연출했다. 선수선발, 지휘 및 관리, 용병(오더) 등 3박자를 완벽하게 운용함으로써 팀 우승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최규병 九단은 “1년간 함께 지내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팀원들이 자랑스럽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우승 팀과 준우승 팀엔 각각 2억 5000만원, 1억 5000만원의 단체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월 11일 서울 63빌딩서 열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