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요동치는 국세(局勢)

〈제9보〉(143~150)=‘큰 승부에 명국 없다’는 속설이 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릴수록 이성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아 실착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 백의 잇단 악수로 주도권이 흑에게 넘어간 순간, 이번엔 승리 무드에 취한 흑에게서 ‘오버 액션’이 등장한다. 143이 좋은 바둑을 혼미 속으로 몰아넣은 문제의 일착. 백도 당연히 144로 받아 엄청난 패가 발생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백은 주변이 다 살아있다. 흑은 패를 이겨봐야 별 게 아닌 반면 백이 빵빵 때려내면 출혈이 엄청 커진다. 백의 꽃놀이패라는 뜻. 그런 뜻에서 급소는 143 아닌 144 자리였다. 참고 1도를 보자. 백은 2, 4가 고작인데 이제 5는 강력하다. 다음 A자리도 흑의 선수. 참고 2도 백 2면 그때는 3이 위협적이다. 계속해 7에 이르면 B와 C를 맞봐 백이 견디기 힘들다. 어쨌든 149로 패를 썼는데 이때 150이 또한 불타는 반상(盤上)에 기름을 부은 한 수여서 일대 난투극으로 번진다. 요새는 재미있는 바둑이 명국이라던가.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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