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관객(15~49세) 2007년 12.6편 봤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7년도 영화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화관객은 1년에 12.6편을 극장에서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5~49세의 남녀 2358명을 설문한 결과다(오차범위는 ±2%). 성별로는 남자가 11.4편, 여자가 13.8편. 조선일보는 조사 대상 중 영화를 가장 즐겨 보는 세대(25~29세)의 연상녀 연하남 커플을 가상 주인공으로 2007년 대한민국 영화소비자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상황과 인물은 허구지만, 수치는 모두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참고로 지난해 국민 1인당 영화관람 횟수는 연 3.4회. 15~49세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상 커플 ‘오영화·한필름’의 2007년 영화 관람

만난 지 3년 된 연상연하 커플 한필름(25세)-오영화(29세)씨. 아침부터 극장 매표소 앞에서 티격태격이다. 하지만 오늘은 고집을 꺾지 않은 남자친구의 판정승. 로맨틱 코미디 ‘용의주도 미스신’을 보겠다는 누나 영화씨의 욕심은 액션판타지 ‘황금나침반’을 보겠다는 동생의 기세에 한풀 꺾였다¹. 기분 좋아진 필름씨는 극장 매점에서 팝콘과 콜라를 쐈다².

2007년을 돌이켜보면 이 커플이 극장을 찾은 것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³. 하지만 늘 함께 온 것은 아니었다. ‘연인과 함께’가 아니라면 영화관 행차를 좋아하지 않는 필름군과 달리, 영화양은 여고 동창들과 가는 일을 즐긴다⁴. 또 아무리 인터넷 예매가 대세라지만, 아직은 당일 극장 매표소에서 표를 사는 경우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하마터면 표가 없을 뻔했지만, 마감 직전에야 움직이는 타고 난 게으름은 어쩔 수가 없다.

2006년과 비교해 보면 두 사람 다 올해 영화 관람이 3편 가량 늘었다?. 주 5일 근무제로 가끔은 여행도 떠나줘야 하는데, 이거야 원 분신술을 써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또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나. 지난 1년간 TV 수상기로 본 영화는 대략 1주일에 한 편 꼴. 극장과 마찬가지로 여성인 영화씨의 시청 횟수가 조금 더 많다?.

하지만 인터넷 다운로드와 PMP 등 최신 모바일 기기로 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필름씨는 한 달 5편, 영화씨는 4편 꼴로 남자인 한씨의 우세승이다?. 문제는 이 대부분이 불법 다운로드라는 것. 길에서 만원에 3~5장씩 파는 최신 영화 DVD는 그리 자주 사지 않지만,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100원 정도 돈을 내고 다운 받은 경험은 부지기수다?.

생각보다 ‘황금나침반’의 액션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필름씨는 다시 노트북 파워버튼을 누르고 전날 밤 다운 받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내셔널 트레저:비밀의 문’을 찾는다. 물론 불법이라는 죄의식이 이 섬약한 청년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이 짓도 2008년부터는 그만해야지 싶다. 저작권법 단속 강화 소식도 걱정이지만, 그보다는 불법 다운로드의 형편없는 화질 탓이 더 크다. 내년부터는 차라리 극장 대형 스크린에 좋은 화질·훌륭한 사운드로 보겠다고 태극기 앞에 살짝 맹세하면서, 이불로 뛰어든다¹?.

◆각주

1)남성 주 관람장르:액션(41%), 여성 주 관람장르:로맨틱 코미디(20.3%)
2)매점 평균 지출비용: 남성(7292원), 여성(6606원)
3)남성:11.4편, 여성:13.8편
4)같이 보는 사람=남성:연인(30.4%), 여성:동성친구(39.7%)
5)당일 극장 구입:56.1%, 인터넷 예매사이트:24%, 개별 극장사이트: 12.3% 순.
6)2006년 극장관람 편수: 남성(8.4편), 여성(10.1편)
7)TV수상기(공중파, 케이블·위성, DVD 포함): 남성 주당 1.12편, 여성 주당 1.15편
8)인터넷·모바일(다운로드, PMP): 남성 주당 0.78편, 여성 0.61편.
9)길거리 불법DVD 구입경험: 8.1%, 인터넷 불법다운로드 경험: 47.3%,
10)저작권 단속시 차선책: 극장(37%), 합법 유료 다운로드(13.7%), 케이블·위성(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