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갖고 영화 하나?'
검증된 스타의 기용과 성공한 전작의 속편 등은 제작 관계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 고리 역할을 했던 게 사실. 하지만 지난해 흥행 성적표는 이름값이 더 이상 흥행의 필요충분이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명불허전
충무로의 오랜 속설 중에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말이 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박 행진을 거듭했다. '스파이더맨3'를 필두로 '슈렉3' '캐리비안의 해적3'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다이하드 4.0' '오션스13' '본 얼티메이텀' 등은 극장가의 불황 속에서도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을 기록하며 한국영화를 주눅들게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자료에 따르면 11월까지의 흥행 랭킹에 이들 영화 중 무려 5편이 톱10에 포함돼 있을 정도다. 반면 한국영화 중에는 100만 관객을 넘긴 '마파도2'가 그나마 재미를 본 속편으로 꼽힌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 송강호 전도연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물론 칸 영화제 수상의 후광 효과도 있었지만 이들의 호연은 '밀양'의 160만 관객 돌파를 이끌어냈다. '행복'의 황정민 임수정, '그놈 목소리'의 설경구 등도 이름값을 확실히 했다.
★발등 찍은 믿는 도끼
'록키' 시리즈의 6편 격인 '록키 발보아'와 섹시미녀 제시카 알바를 앞세운 '판타스틱4-실버서퍼의 위협'은 올해 할리우드 속편 영화들 중 국내 흥행에 실패한 몇 안 되는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1, 2편 모두 흥행 대박을 터트렸던 '두사부일체'의 3편 격인 '상사부일체'와 '동갑내기 과외하기2'는 멤버를 교체해 다시 한번 대박을 꿈꿨지만 결국 꿈으로 끝났다. 큰 기대를 모았던 '조폭마누라3'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고, 고소영('언니가 간다') 강동원('M') 박신양('눈부신 날에') 감우성 김수로('쏜다') 등이 이름값을 못했다.
★무명의 반란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깜짝 스타도 탄생했다. 뭐니뭐니 해도 지난해 최고의 깜짝스타는 심형래 감독과 '디 워'. '디 워'는 싸늘한 시선 속에 개봉됐지만 2007년 개봉 한국영화 중 흥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녀는 괴로워'는 김아중 주진모를 스타 반열에 올렸고, '화려한 휴가'도 흥행순위 3위에 오르며 김상경 이요원이라는 스타를 만들어냈다. 스타배우가 없다는 이유로 제작에 어려움을 거듭했던 '식객'은 가까스로 개봉해 잭팟을 터트린 입지전적인 영화로 기록됐다. 이 밖에 외화로는 '20만 관객 돌파 독립영화'라는 금자탑을 세운 '원스'와 음악영화 붐을 이은 '어거스트 러시' 등이 '반란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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