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승리 선언(宣言)

〈제13보〉(191~229)=왜 많은 팬들이 유독 이세돌의 바둑에 열광할까. 쉴 새 없이 격투 신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듯 스릴로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밀한 계산보다는 현란한 파괴력을 앞세움으로써 보는 사람의 체증을 쑥 내려가게 만든다. 그 과정이 또한 속전속결이다. 시간을 끄는 법이 거의 없다. 이번 대회만 해도 매 라운드별로 최초의 승전보는 예외 없이 이세돌발(發)로 전달되곤 했다.

중앙 패싸움 과정에서 바꿔치기가 일어난 이후 승부를 뒤집을 곳은 보이지 않는다. 장쉬도 바둑이 끝났음을 안다. 다만 개인적 아쉬움, 그리고 홈 팬들에 대한 송구함이 어우러져 돌을 못 거두고 있을 뿐이다. △가 놓인 장면에서 흑 191로 192 자리에 붙이는 수는 성립하지 않는다. 참고도 8까지 우변으로 연결해 가는 수단이 있기 때문.

200까지 근근이 도생했으나 201이란 펀치가 또다시 날아든다. 백이 217 자리로 막는 것은 좌하 백 대마 전체가 패(覇)로 끊기는 약점이 있어 모험. 211은 ‘승리 선언’이었고, 실컷 괴롭힌 뒤 221의 최대처를 차지하자 몇 수 더 두어보던 백이 돌을 마침내 거두었다. 8강전 네 판 중 이번에도 이세돌 판이 1착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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