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만이 희망이다” 기사회생 노리는 한국영화

2008년 한국 영화가 배수진(背水陣)을 친다. 충무로는 2007년,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까먹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인들은 지난해가 ‘산업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창작의 위기’였다고 반성한다. 결국은 새로운 상상력만이 돌파구라는 것. 조선일보 영화팀이 새해 개봉작 중 제작비 100억원 내외의 대형 상업영화 프로젝트 5편과 작가주의로 분류되는 제작비 10억원 이하 영화 중 2편을 골랐다. 사자성어로 보는 ‘2008년 한국 영화 기대작 7선’.



건곤일척(乾坤一擲)―‘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지운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영화인들마저 송강호·이병헌·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올해 한국 영화의 운명이 달렸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대략 30억~40억원 제작비를 들인 어슷비슷한 기획영화들이 작년 대부분 실패하면서, 역설적으로 올해는 대작에 대한 의존도와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순제작비가 무려 150억원을 훌쩍 넘겼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캐스팅과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2008년 최대의 화제작. 열차털이범 송강호, 마적 이병헌, 현상금 사냥꾼 정우성이 1930년대 만주 벌판에서 우연히 얻게 된 보물지도를 둘러싸고 벌이는 ‘대륙 활극’이다. 중국 로케이션을 마치고 현재 정읍에서 촬영 중이다. 올 여름 개봉예정.

온고지신(溫故知新)―‘모던 보이’ ‘신기전’ ‘쌍화점’ ‘님은 먼 곳에’

올해 충무로 화두 중 하나는 과거로의 여행. 특히 “1930년대 배경 영화가 2008년 스크린을 접수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압도적이다. ‘라듸오 데이즈’(감독 하기호) ‘원스 어폰 어 타임’(감독 정용기)과 함께 5월 개봉할 정지우 감독의 ‘모던 보이’가 그 시대를 탐험한다. 식민지 강제 이식(移植)으로 대표되는 1910~20년대와 달리, 백화점·카페·커피 같은 근대 문물을 자발적으로 소비하는 1930년대의 매력과 활력을 정지우 감독이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 주목된다.

‘세계 최초의 로켓병기’로 꼽히는 조선시대 신기전(神機箭)을 소재로 한 ‘신기전’ 역시 중견 김유진 감독과 그가 창조해 낼 새로운 공간·액션에 대해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 처음으로 사극을 시도하는 유하 감독의 ‘쌍화점’은 고려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조인성과 주진모가 각각 왕과 호위무사로, 동성 간의 상열지사를 통해 시대와 개인의 고민을 그릴 예정이다. 한 철없는 여성을 통해 베트남 전쟁을 담을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는 그동안 주로 남성들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이 비극을 여성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할 계획이다.

빈자일등(貧者一燈)―‘멋진 하루’ ‘비몽’

왕이 부처에게 바친 100개의 등은 다음날 모두 꺼져버렸지만, 가난한 노파 난타(難陀)가 정성으로 바친 등불 하나는 살아남았다는 고사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작비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력과 정성. 올해 제작비 10억원 이하 저예산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두 작품은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와 김기덕 감독의 ‘비몽’이다. 두 작품 모두 톱 클래스 스타가 상업영화 개런티를 포기하고 작품과 감독에 대한 애정과 기대로 몸을 던졌다. ‘멋진 하루’는 칸의 여인 전도연의 차기작. 옛 남자친구와 재회한 뒤 경험하는 어느 하루를 통해 보여주는 서른 살 여인의 내면 풍경이다. 김기덕 감독의 ‘비몽’은 일본의 매력적인 배우 오다기리 죠를 캐스팅했다. 한국 최고의 여배우들이 너도나도 상대역으로 ‘자원’했다는 후문이다. 꿈을 현실이라고 믿는 남자와 몽유병에 걸린 여자의 불가사의한 사랑을 담는다. 두 영화 모두 1월에 크랭크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