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운로드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죠. 그러나 지금이라도 해법을 찾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그 폐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겁니다."
영화 '말아톤' '좋지아니한가'로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윤철 감독.
지난해 '좋지아니한가' 개봉 이후 아픈 경험을 했다. 3월 개봉한 이 영화가 7월 중순 갑자기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이다. 알고보니 영화 DVD가 출시되면서 불법 다운로드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정 감독은 지난해 '영화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한 공동 캠페인 선포식'에 한국영화감독 네트워크의 공동 대표이자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올 한해도 이를 위해 발로 뛸 생각이다. 현장에선 불법 다운로드 한파에 대한 체감지수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예전엔 극장에서 흥행이 안되더라도 부가판권 시장이라는 패자부활전이 있었다"며 씁씁한 미소를 지은 정 감독은 "그러나 요즘은 이 시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극장에서 승부를 봐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첫 주 흥행 성적에 목숨을 걸게 되고, 순수 제작비 대비 마케팅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극장이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현상은 강도를 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불법 다운로드 근절은 힘들고 도서관이나 방송국같은 인터넷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유료로 활성화시키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다양한 서비스로 여타 불법 사이트와 차별화를 꾀하자는 게 골자다.
또 무엇보다 관련 제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낼 것도 강하게 주장했다. "투자사나 배급사 측에서 다운로드 근절 혹은 양성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정작 수수방관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 정 감독은 "불법 다운로드 문제로 고심해온 가요계만 하더라도 우리보다 상황이 낫지 않느냐. 음원 수익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부럽다"고 말했다. "불법 다운로드는 한국영화를 좀먹는 원흉이다. 오히려 스크린쿼터 축소보다 더 큰 폐해를 낳고 있다"고 말한 정윤철 감독은 "불법 다운로드 근절이야말로 영화인들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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