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화려한 공방(攻防)

〈제4보〉(45~60)=한 중 일 3개국 8명의 기사가 짝지어 치른 준준결승전 4개조 중에서 왜 이 판이 가장 번쩍거린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대국자 둘이 함께 넥타이까지 맨 유일한 정장(正裝) 커플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한상훈까지 정장은 총 3명이었다). 정장은 바른 몸 자세와 불퇴전의 각오, 완벽지향적 성격 등을 상징한다. 착실하면서도 차분한 이들의 기풍과도 잘 어울린다.

45는 기세. 여기서 46이 침착했다. 이 수로 바로 60은 흑 '가'로 받아 귀의 백도 불안해진다. 47로 참고 1도 1의 공격은 백 2로 A의 약점이 강조돼 여의치 않다. 50까지 백은 귀를 지키면서 '가'의 뒷맛을 남겨 잘 타개한 모습. 흑 51 이하 58까지의 수순도 음미할 만하다. 53, 55의 수순이 중요함은 참고 2도와 3도가 잘 보여준다.

이로써 흑도 '가'의 약점은 거의 소멸됐다. 선수를 뽑아 59로 두들기는 손길이 경쾌하다. 좌하귀 일대에서 흑백이 보여준 공방은 세계대회 준준결승답다. 마침내 60. 이제 흑은 '가'와 '나' 중 어디를 둘까. 아니면 다른 큰 곳으로 갈까. 다음 착점을 한 번 맞춰 보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