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웃음 또는 우직한 감동

마법에 걸린 사랑｜판타지와 현실 사이 절묘한 줄타기 

내일(10일) 개봉하는 두 편의 대중영화를 흔쾌히 추천한다. 핸드볼을 소재로 한 매력적인 휴먼드라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실사(實寫)와 애니메이션을 날렵하게 넘나드는 로맨틱 코미디 '마법에 걸린 사랑'이다. 동시대 관객과의 행복한 만남을 위해 충무로와 할리우드가 2008년에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수작이다.

순수함의 상징인 디즈니 캐릭터를 삭막하고 메마른 뉴욕의 하수구로 내팽개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마법에 걸린 사랑'은 이런 발랄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10분간의 애니메이션 도입부와 100분간의 실사를 매끄럽게 꿰맨 이 독특한 영화는, 'Happily Ever After(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를 믿지 않는 냉소주의자까지 은근슬쩍 유혹하는 재기(才氣)를 지녔다.

처음은 전통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타일 그대로. 백마 탄 왕자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던)는 숲 속의 미녀 지젤(에이미 애덤스)에게 첫 눈에 반한다. 자리 빼앗길까봐 늘 노심초사인 에드워드의 계모 나리사 여왕(수잔 서랜던)이 '불끈'한 것은 자명한 일. 사악한 그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 아래로 아들의 연인을 밀어버리고, 추락한 지젤은 엉뚱하게 뉴욕 타임스퀘어 하수구 맨홀 위로 솟아오른다.

'마법에 걸린 사랑'의 줄타기는 절묘하다. 디즈니 특유의 해피엔딩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차가운 현실의 리얼리티를 놓치지 않는 균형감각이 매력적이다. 지젤이 뉴욕에서 만나는 상대방은 이혼전문 변호사 로버트(패트릭 뎀시). 초등생 딸을 직접 키우며 더 이상 낭만적 사랑을 믿을 수 없게 된 이혼남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라는 장르의 정체성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이 영리한 대중영화는 때로 충돌하고 때로는 타협하면서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를 경쾌하게 가로지른다. 낭만 하나로 배부른 연애와 생활로서의 결혼, 보이는 모든 걸 믿는 동화의 나라의 순수함과 서로를 의심하는 대도시 뉴욕의 차가움이 보여주는 극적 대비도 설득력을 더한다.

눈을 비비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은 일취월장을 거듭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기술력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이음매의 바느질 자국은 거의 보이지 않고, 액션 어드벤처와 뮤지컬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리듬도 좋다. '준벅'에서 철없고 순진한 며느리로 호평받았던 에이미 애덤스의 무구함은 여전하고, TV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전문의로 사랑받았던 패트릭 뎀시의 뉴욕 변호사 변신도 인상적이다. 전체 관람가.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누구라도 감복할, 끈끈한 '인간극장'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이 광고 문구는, 적어도 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엔 적용되지 않는다. 사전 홍보 덕에 잘 알려진 대로, 이 영화의 소재와 주인공 모두 '2004년 아테네올림픽 핸드볼 2위의 그녀들'이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평범한 인물들의 남루한 눈물과 소박한 희망을 섬세하게 그린 임순례 감독은 '2등'을 소재로 발탁해 우직하게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