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팽팽한 균형(均衡)

〈제5보〉(61~76)=스포츠의 경우 상대 전력을 파악하려면 최소한 녹화 테이프는 봐야 하지만 바둑엔 기보(棋譜)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프로 기사들이 최신 대국보를 빼놓지 않고 검토하는 것도 이것이 최선의 공부 방식이기 때문. 온소진은 프로들 사이에서 비교적 인기가 덜 한 일본 기보도 열심히 챙겨 보는 기사로 알려져 있다. 이날 대국에 대비해 고노린의 대국보도 철저히 분석해왔던 눈치다.

61이 또 한 번의 강수였다. 백이 65로 끊어 잡을 테면 잡으라는 것. 참고 1도처럼 중원을 제압하겠다는 심산이다. 62로 틀을 잡자 63까지 선수한 뒤 비로소 65로 이어갔다. 64로 65는 참고 2도가 예상되는데 12까지 하변에서 살아 버린다. 훗날 A로 나가 끊는 노림수도 남아 있다.

여기까지 형세는 흑이 다소나마 두터운 느낌. 하지만 백은 귀중한 선수(先手)를 챙겼다. 그 권리를 어디다 행사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66을 택했다. 쌍방 세력의 대치점으로 호처. 70 건너붙임은 이런 모양에서 꼭 기억해 두어야 할 테크닉이다. 76으로 좌상귀를 완성함으로써 팽팽한 접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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