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따라 가는 산행] 두타산

설경도 아름다운 두타산 

아무래도 새해 첫날 일출 축제는 가족과 함께 하기 쉬우니 여유롭게 일출을 감상한 후 가볍게 두타산 무릉계곡을 즐길 수 있는 무릉계곡~용추폭포 탐승 코스를 주로 소개한 다음, 준족들을 위해 무릉계곡~두타산성~두타산~박달령~청옥산~연칠성령~바른골~무릉계곡 원점회귀 코스를 안내한다.

오래 전부터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무릉계곡은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두타산(頭陀山)에서 청옥산(靑玉山·1,403.7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서 발원해 흐르는 물줄기다. 보통 무릉계곡이라 하면 호랑이와 스님이 싸웠다는 전설이 전하는 호암소로부터 시작하여 약 4km 상류의 용추폭포가 있는 곳까지를 말한다. 이 구간은 무릉반석을 시작으로 삼화사·학소대·옥류동·선녀탕 등을 지나 쌍폭과 용추폭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경치가 방문객을 매료시킨다. 여름이라면 넓은 계곡이 사람으로 가득 메워질 테지만, 겨울엔 그런 걱정은 붙잡아 매도 좋다.

동해에서 추암이나 망상 일출을 구경했다면 이제 두타산(1,352.7m)을 올라보자. 두타산은 여름 피서지인 무릉계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산이다. 그래서 이 산을 쉽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산행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무릉계곡 주차장의 해발고도가 180m밖에 안 되니, 무려 표고차 1,200m를 극복해야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게다가 두타산~박달령~청옥산~연칠성령으로 이어지는 주능선만 5km 이상 걸어야 하니 산행 소요시간도 만만치 않다.

흔히 두타산 원점회귀산행 코스로 여기고 있는 매표소~무릉계곡~삼화사~두타산성~두타산~박달령~박달골~매표소 코스가 7시간 걸린다. 이 코스를, 오전 7시38분에 뜨는 동해 일출을 보고나서, 아침 9시에 산행을 시작한다면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 오후 5시쯤에야 매표소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청옥산 정상까지 들른다면 최소 2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하산 시간은 저녁 7시. 참고로 2008년 1월1일 동해의 일몰시간은 오후 5시15분이다.

따라서 두타산 산행을 하려면 팀 구성원을 봐서 일정을 조정해야만 한다. 즉 전 구간 원점회귀 산행하려면 축제 전날 산행을 마친 뒤 여유롭게 제야의 밤을 즐기면서 하산주를 마시고, 이튿날 일출 구경하는 게 안전하다. 만약 일행 중 노약자가 있다면 정상을 목적에 두기보다는 무릉계곡 겨울 탐승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용추폭포까지만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 왕복 2시간30분 걸린다. 이렇게 왕복하는 게 심심하다면 삼화사~관음암~하늘문~쌍폭~용추폭포~무릉계곡~삼화사를 잇는 코스를 걷는 방법도 있다. 이 코스만 걸어도 정말 괜찮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무릉계곡 매표소를 지나면 곧 널따란 무릉반석이 펼쳐진다. 조선의 명필 양사언이 초서로 쓴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이라는 시구를 중심으로 1,500평쯤 되는 널따란 반석에 시구가 빼곡하다. 조선시대 이곳에 들렀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흥에 겨워 남긴 흔적이다.

무릉반석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642년(선덕여왕 11)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삼화사(三和寺)다. 원래의 절터는 현재 자리에서 동쪽으로 1.3km 지점에 있었는데, 1977년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석회암 채광권 내에 들어가면서 현재의 자리로 옮겨온 것이다.

대웅전에 모신 철조노사나불좌상(보물 제1292호)은 통일신라시대의 풍이 엿보이는 통통한 얼굴에 가늘고 긴 눈, 오똑한 코를 지녔다. 전체적으로 단정한 모습. 주민들은 이 철불을 한때 약사불로 믿기도 했는데, 1990년대에 불상의 등에서 발견된 146자의 명문(銘文)에 의해 약사불이 아니라 본존불 중 하나인 노사나불(盧舍那佛)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대웅전 앞에 자리한 삼층석탑(보물 제1227호)은 9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인데, 석회암 재질의 특성상 풍화가 심해 부분적으로 훼손된 부분은 있으나 기단부에서 찰주까지의 전체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삼화사에서 널찍한 산길을 따라 400~500m쯤 오르면 오른쪽으로 관음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관음암을 거쳐 기암절벽을 가로지르며 두타산과 산성12폭 등 무릉계곡 일원의 산세를 한눈에 바라보며 하늘문길로 내려설 수 있다. 그 다음 용추폭포와 쌍폭을 구경하면 된다.

관음암 갈림길에서 무릉계곡 길로 직진하면 곧 학소대. 왼쪽은 벼랑이고 오른쪽은 거대한 암벽이 골짜기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바위 벼랑엔 4단 폭포가 그림처럼 걸려 있고, 소나무숲이 주변을 감싸듯 우거져 있으니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학소대를 지나 무릉계곡을 가로지른 철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계곡을 계속 따르는 길은 박달령·학등·연칠성령 코스, 쌍폭·용추폭포 탐방로로 이어지고, 왼쪽 산길은 두타산성을 거쳐 두타산 정상으로 연결된다. 원점회귀산행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왼쪽 길을 따라 두타산 정상을 먼저 오른다.

산성 갈림길에서 무릉계곡 길을 곧장 따르면 20분만에 쌍폭포를 만난다. 아마도 여름이라면 폭포의 굉음이 산속을 울렸을 것이다. 쌍폭포 오른쪽엔 무릉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용추폭포가 있다. 청옥산에서 흘러내려온 계류가 삼단으로 하얗게 부서지며 쏟아져 내리는 용추폭포는 무릉계곡 경관의 핵심이 된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각 단마다 담(潭)이 형성되어 있다. 조선시대 삼척부사로 왔던 유한전이 폭포 오른쪽 하단 암벽에 ‘龍湫’라는 글을 새기고 제사를 올린 뒤부터 용추폭포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무릉계곡 탐승코스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두타산 원점회귀 코스는 최소 7시간, 길게는 9시간이 넘게 걸린다. 따라서 해도 짧고 산길도 얼어붙은 겨울엔 위험 요소가 많은 편이다. 겨울산행 준비를 단단히 한 준족이라면 용추폭포 1km쯤 아래에 있는 산성 갈림길에서 두타산성~두타산 산길로 방향을 잡는다.

갈림길에서 두타산성까지 20분쯤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심한 경사다. 하지만 두타산성의 조망은 정말 좋다.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두타산성과 더불어 무릉계곡 건너 제비집처럼 자리 잡은 관음암과 그 주변으로 펼쳐진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소 7시간 걸리는 두타·청옥 원점회귀 코스

두타산성에서 대궐터까지는 완만하다. 서쪽으로 산성12폭을 비롯해 기암절벽이 펼쳐져 있으니 그야말로 절경이다. 중간 중간 산성12폭 조망대로 가는 샛길이 나온다. 대궐터를 지나면 산길은 다시 가팔라진다. 소나무와 낙엽송이 우거진 급경사를 1시간쯤 오른 뒤 돌무덤 근처에서 잠시 완만해지다 또다시 급경사를 오르면 쉰움산 갈림길이다. 왼쪽은 쉰움산으로, 오른쪽은 두타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갈림길에서 두타산 정상까지는 싸리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서쪽으로는 박달골 너머로 청옥산이 부드럽게 솟아 있다. 싸리나무 군락을 지난 뒤 밧줄이 설치된 급경사를 올라서면 널따란 두타산 정상에 닿는다. 무릉계곡 매표소에서 두타산 정상까지 4시간 정도 걸린다.

두타산 정상의 조망은 아주 빼어나다. 서쪽으론 부드러운 곡선의 두타~청옥 백두대간 마루금이 장하고, 북쪽으론 깊이 파인 무릉계곡을 따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으며, 멀리 동쪽으론 푸른 동해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하다. 하지만 바람이 거세니 오래 머물 수 없다.

청옥산으로 가려면 북서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여기서 청옥산까지 백두대간 마루금 산길은 그리 험하지 않고, 헷갈리는 갈림길도 없다. 두타산 정상에서 청옥산 방향으로 1시간쯤 가면 박달령 갈림길이다. ‘청옥산 3km 50분, 두타산 4.5km, 무릉계 8km 2시간40분’이란 안내판이 선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박달골을 거쳐 무릉계곡으로 닿는다. 하지만 가파른 돌길이라 위험한 편이니 조심해야 한다. 박달령 갈림길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곧장 걸으면 1시간만에 청옥산 정상이다. 주변에 석간수도 흐르지만,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청옥산 정상 표지석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고적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 이 능선길을 따라 40분쯤 걸어가면 돌탑이 있는 연칠성령 고갯마루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급경사로 1시간 정도 내려서면 칠성폭포에 이르고, 이어 ‘임진란 때 유생들이 모여 의병운동을 한 곳’이라는 유래가 있는 대피소를 지나, 다시 1시간 더 가면 바로 용추폭포 아래의 갈림길이다. 비로소 무릉계곡에 닿은 것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상류로 10분쯤 걸어올라 용추폭포를 볼 수 있을 테지만, 새벽에 출발하지 않았다면 이미 어두워진 뒤라 폭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후 너른 무릉계곡 길을 따라 1시간쯤 내려가면 삼화사 지나 무릉계곡 매표소에 닿는다.

여행정보

산행길잡이 백두대간의 두타산(1,352.7m)과 청옥산(1,403.7m)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두루 간직하고 있는 명산이다. 하지만 무릉계곡 주차장에서 해발고도 1,200m를 올려야 하니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다. 하지만 정상은 물론 산행 중 능선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웬만한 산은 따라오지 못할 만큼 빼어나다.

두타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무릉계곡~두타산성~두타산~박달령~박달골~무릉계곡~삼화사 원점회귀 코스(7시간 소요). 준족들은 청옥산(9시간)까지도 이어 당일에 끝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낮이 짧은 겨울철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코스다.

일행 중에 노약자가 있거나 시간이 촉박해 무릉계곡과 폭포만 둘러보려면 삼화사~관음암~하늘문~쌍폭~용추폭~무릉계~삼화사를 잇는 하늘문 코스와 폭포 탐방을 추천한다. 이 코스만 걸어도 두타·청옥의 절경은 어느 정도 훔쳐본 것이라 다름없다. 2시간30분~3시간 걸린다.

무릉계곡 주차료 1일 소형 2,000원, 대형 5,000원.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600원. 산에 눈이 전혀 없어 산불 위험이 있는 경우라도 무릉계곡~용추폭포 탐승은 가능하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033-534-7306~7   

숙식

무릉계곡 입구 상가단지에 무릉회관(033-534-8194), 두타식당(033-534-8288), 영진회관(033-534-9116) 등 민박을 겸한 식당이 여럿이다. 무릉계곡은 산채비빔밥이 맛있다. 여기에 도토리묵이나 빈대떡을 안주 삼아 동동주 한 잔 들이키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무릉계곡 매표소 근처에 있는 반석식당(033-534-8382)은 깔끔한 밥상차림이 돋보인다. 산채비빔밥·도토리묵·빈대떡 각 5,000원, 동동주 6,000원. 민박도 겸하고 있다. 

교통

자가운전 추암→7번 국도(동해시 방면)→42번 국도(임계 방면)→무릉계곡 <20~30분 소요> /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 나들목→동해→42번 국도(정선 방면)→무릉계곡 <수도권에서 3시간30분 소요>
동해→무릉계곡 12번, 12-6번 시내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수시(06:20~21:00) 운행. 20~30분 소요, 요금 1,000원. *강원여객 033-534-6628 


/  민병준 르포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