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거친 펀치

〈제7보〉(89~99)=온소진과 고노린은 이름 석 자의 모음(母音)이 똑같다. 이니셜의 자음(子音)이 일치하는 경우는 종종 봤지만 이런 케이스는 흔치 않다. 하고많은 출전자들 가운데 하필 둘이 올라와 한 조합을 이뤘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89는 97까지 중앙 백 2점을 고립시켜 삼키려는 수단. 복싱에 비유하자면 조심스럽게 싸우던 복서가 득점에서 앞서있지 않다고 판단, 갑자기 공격 모드로 전환하는 것 같은 장면이다. 하지만 89는 정교함이 결여된 거친 주먹이었다. 참고 1도 흑 1, 백 2를 교환하는 '리딩 펀치'를 곁들였더라면 백은 실전처럼 저항하지 못했을 것이다. 흑 '가', 백 92, 흑 95, 백 96으로 굴복시킨 뒤 '나'로 하변 백을 공략하는 수순이 최선이었고 그랬으면 흑이 유망했다.

참고 2도를 보자. 흑 ▲는 백 1로 그만일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치 않다. 8의 끼움이 절묘해 15까지 흑의 꽃놀이패가 발생하는 것. '가'와 '나'의 요점을 모두 흘려 보낸 채 곧장 97까지 윽박질렀으나 98이 보기보다 강인한 저항이었다. 99로 잇는 고노린은 아직도 자신만만한 표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