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박력(迫力) 부족

〈제8보〉(99~109)=복싱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계속하자. 바둑도 복싱만큼이나 묘한 승부여서, 일방적으로 몰아친 것 같은데도 승리는 상대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숱하게 등장한다. 결정적인 유효타를 터뜨리지 못하면 이른바 카운터블로가 더 치명적 각도에서 날아오기 때문이다. 시종 전진스텝을 밟던 리키 해튼이 메이웨더 앞에 큰 대자로 누울 줄 누가 짐작이나 했던가.

99로 참고 1도 1, 3은 안 된다. 7로 퇴로를 막아도 8, 10의 맥점으로 탈출하기 때문. 102에 이르자 흑도 중앙 두 점이 외로워졌다. 하지만 103은 너무 순진한 후퇴. 참고 2도처럼 1로 한 번 더 밀고 7까지 추격하는 쪽이 좀 더 박력이 있었다. 이렇게 중앙 흑이 강화되면 실전보 흑 '가'로 치중하는 노림이 더욱 강력해진다.

105로 포위망을 좁혀왔을 때 백 106이 준비해 둔 타개 수단. 108에 흑은 직접 공격을 보류하고 109로 어정쩡하게 뛰었다. 여전히 백 쪽이 피곤해 보인다고? 하지만 109는 사실 책략이 부족한 수였고, 여기서부터 백의 눈부신 타개 솜씨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