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영화팀의 금주의 초이스] '뜨거운 것이 좋아' 판타지로 도피해버린 세 여성의 일과 사랑 벼락처럼 내린 행운과 현실의 충돌은 불만
이 영화를 보는 재미의 으뜸은 배우들의 매력적 연기다. 싱글맘 이미숙과 그의 딸 안소희의 연기도 빼어나지만 사랑과 직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민희(오른쪽)의 풋풋한 연기는 그 중 압권이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내일(17일) 개봉하는 '뜨거운 것이 좋아'는 20대 여성의 달콤한 꿈과 쓰라린 좌절을 동시에 품고 있는, 야누스의 매력을 지닌 드라마다.
때로는 로맨틱 코미디의 감수성으로 낭만적 일과 사랑을 귀엽게 그려내면서도, 그 소망이 결코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현실도 슬쩍슬쩍 비친다.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를 능란하게 가로지르는 감독의 연출과 두 눈 비비고 다시 보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특히 김민희의 그 분방한 발랄함이라니!)도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어슷비슷한 로맨틱 코미디가 넘쳐나는 최근의 충무로에서, 같은 체급과 종목에서는 단연 발군(拔群). 하지만 흔쾌히 박수를 치기에는 뭔가 부족한 아쉬움이 뒷덜미를 잡는다. 권칠인 감독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판타지로의 투항에 대한 아쉬움이다.
대중을 위로하는 장르영화로서 판타지의 선택 자체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감독의 미학적 야심을 포기하지 않은 채 결정적 순간에 판타지로 도피한다는 게 문제다. 남자친구와의 스킨십을 고민하는 10대 여중생 강애의 성적 호기심, 어떻게든 작가로서 인정 받겠다는 20대 아미의 존재증명의 욕망, 폐경을 통보 받은 40대 초반 영미의 육체적 좌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