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사랑', 어린이들엔 부담-어른에겐 유치

지난 10일 개봉한 '마법에 걸린 사랑'(수입-배급 소니픽처스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코리아)은 전형적인 월트디즈니 동화에 기반한 실사합성 영화다.

이미 미국에서는 최대휴일인 추수감사절 연휴에 개봉돼 5000만달러(약4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한국 관객들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성인 취향이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기에는 유치하기만 하다.

'마법에 걸린 사랑'의 이야기는 동화 속 세계인 안달라시아에서 시작된다. 인생 자체가 동화인 여자 지젤(에이미 아담스)의 꿈은 백마 탄 왕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 결국 그 꿈은 이뤄져 멋진 왕자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던)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둘은 다음날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마녀(수잔 서랜든)는 계략을 꾸며 하수구 맨홀을 통해 그녀를 뉴욕 한복판에 떨어뜨리게 되고, 방황하던 지젤은 철저히 현실적인 이혼전문 변호사 로버트(패트릭 뎀시)를 만나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지젤을 찾으러 뉴욕으로 뛰어든 에드워드와 마녀의 어리바리한 시종이 벌이는 해프닝, 그리고 지젤과 에드워드, 로버트와 그녀의 피앙세 낸시 등이 펼치는 애매한 로맨스로 전개된다. 물론 결과는 여느 동화들과 마찬가지로 권선징악의 테두리를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영화 속 빈출 숙어인 'happily ever after'(이후 영원토록 행복하게)로 마무리된다.

차라리 모든 장면을 복고적인 2D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그나마 애니메이션일 때는 '동화 속 이야기니까'하는 생각 때문에 몰입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실사로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모든 설정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조금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진부한 전개 역시 관객들을 허무하게 만드는 요소다. 오히려 엔딩은 반(反) 여성적인 영화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우뢰매'를 연상시키는 어색한 화면만큼이나 여성을 전 근대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한 가지 관전 포인트! '디 워'와 한 번 비교해 보시라.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디 워' 논란의 핵심은 바로 '서사의 결여'에 있었다. '아무리 CG가 훌륭하더라도 플롯(plot)의 결여와 식상한 전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요지였다. 그렇다면 진부한 스토리와 어색한 애니메이션-실사 합성 등으로 버무려진 '마법에 걸린 사랑'의 미국 내 흥행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마법에 걸린 사랑'의 후반부에 용이 등장하는 부분은 '디 워'의 한 장면과 너무도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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