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홍의 기자석] 대만 스타 주걸륜...위기한류 '본보기'

 

　40개도 안되는 스크린에서 개봉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잔잔한 입소문을 타며 '제2의 '원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 개봉된 이 작품은 불법 DVD 파일이 먼저 나도는 악재 속에서도, 벌써 영화를 여러 번 본 마니아층이 생겨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가끔씩 예상 밖의 흥행작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대한 팬들의 호평은 여러 모로 국내 연예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의 주연은 물론 음악, 각본, 감독 등 1인 4역을 맡은 주걸륜은 대만 출신의 중화권 최정상급 스타다. 가수로 데뷔해 이름을 알리다 연기로 활동 폭을 넓혀가는 모습이 언뜻 국내 아이들 스타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제 고작 서른살인 그의 감독 데뷔작은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큰 돈 들일 것 없는 영상에 주연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주연을 맡은 주걸륜도 외모만 놓고 보면 '꽃미남 과'는 확실히 아니다. 오로지 러닝 타임 내내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과 젊은 감각이 빚어낸 독창적인 스토리가 관객들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다.

한데 과연 한국 땅에서 주걸륜같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도 주걸륜 또래의 아이들 스타 출신의 연예인이 적지 않다. 오히려 정상급 스타들의 경우 주걸륜보다 더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한류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주걸륜과 우리 스타들의 위치는 어떤가. 많은 국내 스타들이 아이들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음반 시장의 어려움 등에 부딪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배우로 터닝 포인트를 마련해보려고 하지만 연기력 논란에 부딪치기 일쑤고, 다른 길을 모색하려 해도 10대 때부터 해 오던 게 뻔하니 마땅한 방책도 없다. 다시 말해 콘텐츠의 부족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것이다.

반면 주걸륜은 연예인 이전에 아티스트로 재능을 키우고 인정받았던 케이스다.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열여섯살때부터 유덕화 곽부성 등의 히트곡 제조기로 이름을 먼저 알렸다. 그런 연후 가수와 배우로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기획사에 발굴돼 마치 붕어빵 찍어 낸 듯한 외모와 트렌드에 맞게 세팅된 콘텐츠로 무장하고 나오는 대부분의 국내 아이들 스타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최근 1~2년 사이 각종 콘텐츠의 수출 현황에서도 알 수 있듯 한류는 쇠락세가 확연하다. 한데 지금 주걸륜은 허우샤오시엔이나 이 안같은 명감독도 하지 못한 대만 영화의 알리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게 바로 스타의 힘이다.

위기의 한류에 대한 해답은 '콘텐츠'다. 지금까지는 너무 기존 이미지의 소비에만 그쳤고, 결국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 저기 다 나오는 게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니다. 속이 꽉 찬 스타가 필요한 요즘, 주걸륜의 존재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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