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최후의 관문(關門)

〈제12보〉(138~150)=온소진은 이 바둑을 둔 다음 날 도쿄의 한 바둑도장(道場)을 방문했다. 한국 출신의 아마강자 홍맑은샘 7단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온 四단에게 3점으로 지도를 받은 초등학교 3년생은 '괴물'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83) 九단의 손자. 이 꼬마는 일본기원 상무이사 후지사와 가즈나리(藤澤一就·44) 八단의 아들이기도 해서 '기사 3대' 탄생이 임박했다. '2대'도 수십 년째 맥이 끊긴 한국으로선 부러운 얘기.

흑 ▲에 덥석 139로 이었다간 '십 년 적공(積功) 나무아미타불'이 된다. 참고도 2가 흑의 노림. 6 다음 백은 꼼짝 못하고 전멸한다. 이처럼 거대한 대마가 단 한 방의 급소 가격에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은 인체(人體)의 신비와도 꼭 닮았다. 139가 아프지만 대신 144까지 정비한 게 현명했다.

143 때 144도 긴요하다. 어물거리다 흑에게 '가'의 급소 강타를 허용하면 대마는 여전히 비틀거리게 된다. 150까지, 하변 백진은 중앙 쪽이 깨진 대신 우하 쪽을 부수면서 눈을 만들어 수습했다. 최후의 관문을 통과하며 선방(善防)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백도 60초 초읽기 2개를 소진, 마지막 1회만 남기게 됐지만 더 이상 위험한 곳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