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최후의 관문(關門)

〈제13보〉(151~172)=일본기원 1층에 마련된 공개 해설장으로 내려가 보니 분위기가 파장이다. 복수(複數)의 일본 기사가 LG배 8강까지 진출한 것은 3회 때 이후 무려 9년 만이었다. 일본 팬들의 기대가 좀 컸겠는가. 하지만 믿었던 장쉬가 이세돌에게 패한 데 이어 청년스타 고노린 마저 무너져가고 있다. 정성껏 해설을 하던 가미무라(上村陽生) 九단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졌다.

바둑은 반면(盤面)으로도 백이 앞선 형세. 하지만 그냥 돌을 거두기엔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초(秒)에 몰려있다 보니 언제쯤 항서(降書)를 써야 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도 잘 서지 않는다. 프로기사들이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아무튼 151은 대략 14집을 호가하는 큰 자리이며 154는 '부자 몸조심'의 한 수.

162, 164로 양쪽을 붙인 뒤 168로 흑 네 점을 포획한 것도 컸다. 169는 돌을 거두기 전의 마지막 투정 같은 수. 170으로 참고도 1에 받아도 하변이 잡히진 않지만 단 2집으로 구구도생하게 된다. 실전과 참고도는 7~8집 차이. 그렇게 두었어도 역전은 아니라니 이미 격차가 너무 컸다. 172에 비로소 고노린이 고개를 떨궈 패배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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