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단자들은 끼지마"

원익배라고도 불리는 '십단전'은 타이틀 이름이다. 우승을 해도 10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초단이 우승해도 '십단' 타이틀 보유자일 뿐 그냥 초단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 기전에서 九단들의 '텃세'가 유난히 심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십단전'은 45년의 역사를 쌓아오는 동안 九단들이 42회 우승했고 나머지 3회만 八단이 타이틀을 땄다. 한국도 지난 2년간 이창호와 안조영 두 九단이 우승, 시한부 승단(?)을 이뤘었다. 펄펄 날던 저단 스타들도 이 무대에만 나서면 맥을 못 쓴다.

이런 전통이 올해 3회 대회서도 재현됐다. 19일 열린 준결승서 이창호(33) 九단은 이영구 六단을 흑 불계로 눌렀다. 또 한 명의 결승 진출자는 앞서 12일 백홍석 五단을 따돌린 목진석(28) 九단. 둘은 26일부터 결승 3번기를 갖는다. 마치 "10단전만큼은 저단자들이 발도 못 붙이게 하자"고 결의대회라도 한 것 같다.

이창호로선 새해 첫 본격기전 우승 사냥이다. 성공하면 4관왕으로 뛰어오른다. 목진석도 지난해 최다승 기록 경신에 이은 결실을 꼭 따내야 할 입장이다. 국내 랭킹 2위(이창호)와 4위(목진석) 간의 중량급 대결이란 점도 구미를 돋운다. 이창호가 통산 21승6패로 압도하고 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저단 후배들의 '월단(越段) 쿠데타'를 막아낸 두 입신(入神)의 동상이몽이다. 각자 10분에 30초 3회의 속기전으로 우승 상금은 35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