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작전' 이세돌 먼저 1승

이세돌이 제12회 삼성화재배 패권을 향해 먼저 날았다. 21일 서울 삼성화재 본사 건물서 시작된 결승 3번기 첫 판서 이세돌(25) 九단은 박영훈(23) 九단에게 262수만에 4집 반 차로 승리,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날 바둑은 백을 쥔 이세돌의 극단적 실리 포진이 눈길을 끌었다. 흑은 어쩔 수 없이 두텁게 판을 짜며 중반 공격에 나섰는데 이 작전이 다소 미흡, 열세에 빠졌다. 새해 첫 대국을 가진 박영훈은 장기(長技)인 끝내기 솜씨를 앞세워 막판 맹추격에 나섰지만 덤(6집 반)의 부담을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이로써 둘 간의 통산 전적은 14승 11패(이세돌 우세)로 벌어졌다.

이번 결승은 현역 세계 챔프 간의 대결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세돌이 패권을 차지할 경우 도요타덴소배 및 TV아시아선수권을 포함, 세계 3관왕에 오르게 된다. 박영훈 역시 현재 후지쓰배 보유자로 2관왕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 타이틀을 포함하면 이세돌은 6관왕, 박영훈은 3관왕으로 군림 중이다.

첫 판 승리로 이세돌은 타이틀 획득의 8부 능선을 점령했다는 게 중론. 그러나 박영훈은 중국 구리(古力)와의 준결승 2대1 역전승, 지난 연말 이세돌을 상대로 펼친 GS칼텍스배서의 2연패 후 3연승 등 최근 끈덕진 추격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이세돌이 우승할 경우엔 9회 대회 이후 3년 만의 정상복귀가 이뤄진다. 박영훈으로선 2003년 8회 대회 때 준우승의 한을 풀 기회다. 결승 2국은 23일 같은 장소서 벌어지고 1대1이 될 경우 24일 최종국이 열린다. 1인당 2시간, 6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지며 우승 상금은 2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