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트랜드] 할리우드 '저예산-아이디어' 영화가 뜬다

지난 주 미국 박스오피스는 신종 괴수 영화 '클로버 필드'에 점령당했다. 이 영화는 첫 주에만 무려 4100만달러(400억여원)를 벌어들이며, 역대 미국내 1월 개봉작 중 최고 성적을 수립했다.

흔히 '할리우드 영화=블록버스터'로 생각하기가 쉬운데, 이 영화는 실상 할리우드 평균 제작비인 5880만 달러(약 580억원)에도 못 미치는 2500만 달러(약 250억원)를 투입한 '소박한' 작품이다. 당연히 들어간 돈이 적으니 '때깔' 면에서는 기존 블록버스터형 재난 영화나 괴수영화와는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마치 재난의 현장에서 캠코더로 찍은 듯 거친 영상 그 자체가 긴장감을 극대화시켰고,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소위 'UCC 마케팅'이 큰 재미를 봤다.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을 받고 있는 '미스트'도 겨우 1700만 달러(약 170억원)의 제작비에 스타배우 하나 없지만 탄탄한 구성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어느덧 4편까지 제작된 스릴러 영화 '쏘우'도 출발점은 10분짜리 단편영화였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제작비의 영화가 즐비한 미국에서도 탄탄한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공략, 상업적 성공을 크게 거둔 영화가 적지 않다.

이는 위기의 한국영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아이디어가 관건인 것이다. 한국영화에서도 이처럼 아이디어로 승부해 재미를 본 모범 케이스가 있다. 10억 내외의 제작비로 200만이 넘는 잭팟을 터뜨린 '달콤살벌한 연인'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탄탄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분업과 경비 절감을 실천했던 결과였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충무로도 지난해부터 눈물 겨운 몸집 줄이기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현재 준비 중이거나 촬영 중인 영화들의 면면 역시 코믹-기획영화 일변도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총 관객수는 96년 이후 1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한국영화 점유율 역시 2002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50.8%)를 기록했다. 그 와중에서도 외국영화 총 관객수는 2006년에 비해 무려 31.4%가 증가했다. 6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한국영화가 20년 이상 암흑기를 겪으면서 남긴 교훈은 자명하다. 한번 돌아선 관객들의 발길을 돌리기는 힘들다. 잃어버린 관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알찬 영화'를 만드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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