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관록대결

〈제1보〉(1~12)=전기(前期) 때 아깝게 준우승에 그치면 이듬해 성적은 좋지 않은 게 상례. 하지만 후야오위(胡耀宇·26)는 다시 꾸역꾸역 8강 대열까지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 최고봉의 적통(嫡統)을 이어온 이창호와 조훈현이 차례로 제물이 됐다. 오늘 상대는 한국의 '성실맨' 박정상(24). 2006년 후지쓰배 우승, 2007년 중환배 준우승자이니 관록 면에선 오히려 후야오위보다 윗길이다. 둘 간의 첫 만남이기도 하다.

박정상은 백을 선호한다. 상대가 홀 짝을 못 맞추자 대뜸 백을 택했다. 다시 3, 5, 7의 소위 '미니 중국식'이 반상(盤上)을 수놓기 시작한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바둑의 초반전은 지금처럼 상형(常型)화 하지는 않았었다. 몇 개의 '기본 틀'이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것은 바둑이 '예술'에서 '스포츠'로 이행해가는 과정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9부터 12까지는 비교적 고전(古典)에 속하는 포진. 12로는 '가'로 한 칸 뛰는 수가 한때 유행을 탔다. 참고도 9까지 일단락인데 서로 둘만 하다. 워낙 익숙한 길 이어서인지 쌍방 착점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12면 흑의 다음 수는 10급만 돼도 짐작하는 시대가 됐다.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