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후보작들 폭력·피 난무
작품상 후보 제작비 평균 3000만불
'무거워졌다' vs. '가벼워졌다'
22일(현지시각)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을 읽는 키워드는 두 가지다. '무거운 내용'과 '저렴한 예산'. 미 LA타임스는 '인간의 탐욕과 살인으로 점철된 핏빛 향연을 그려낸 영화들이 리스트를 화려하게 장식한 동시에, 겨우 250만 달러(약 23억원)로 만든 독립영화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고 평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달 24일 열리지만, 골든 글로브 시상식처럼 '파행'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폭력·탐욕·피 범벅
이번 후보작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코엔 형제가 감독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와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두 작품 모두 작품상을 비롯, 총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부문 후보작이 됐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돈가방을 발견한 남자와 그를 쫓는 살인마, 또 살인자를 쫓는 수사관이 얽히며 혼돈과 폭력이 난무하는 스토리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20세기 초 미국의 석유 채굴권에 관한 야망과 탐욕이 담겨있다. 486명의 희생자, 30억 달러가 걸린 전대미문의 소송 사건을 파헤친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 역시 음모와 진실 은폐가 주된 스토리. '마이클 클레이튼'은 작품상·남우주연상 포함 7개 부문 후보작에 올랐다.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조니 뎁이 주연한 영화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도 탐욕으로 단죄하는 핏빛 복수극을 담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다.
미국 타임지(誌)는 이번 아카데미 후보작에 대해 한마디로 '규모의 축소화'로 평했다. 이번 작품상 후보작 5작품의 평균 제작비는 3000만 달러. 타임지는 "거대 제작사가 내놓은 '독립 영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미국 메이저 영화사 작품들은 그의 3배가 넘는 예산을 들인다고 한다. 특히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주노(Juno)'는 겨우 250만 달러(약 23억원)로 만든 작품. 하지만 지난 연말 8700만 달러나 벌어들였다. 한마디로 비싼 영화만 능사가 아니라는 것.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경향도 '규모의 경제'화가 엿보인다. 2001년 1억800만 달러의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글래디에이터'가 상을 받은 이후 2004년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은 9400만 달러, 2006년 수상작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3000만 달러로 예산이 확 줄었다. 2006년 수상작인 '크래쉬'는 650만 달러로 만든 '대작'에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