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퀸' 전지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로 스크린 컴백

 '가깝고도 먼 배우'.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표현할 때 이보다 더 알맞은 수식어가 있을까. 우리는 늘 그녀의 30초짜리 이미지를 접하고 산다. 아마 하루도 그녀의 모습을 보지 않는 날은 없을 터. 그런데 정작 제대로 보기는 힘들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6년여 세월 동안 그녀가 출연한 작품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데이지' 등 단 두 편에 불과했다. 다작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쯤 되면 '배우'인지 'CF 모델'인지 헷갈릴 만한 수준이다.

그랬던 그녀가 오랜만에 새 작품을 들고 나왔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감독 정윤철, 이하 슈퍼맨)가 바로 그것.

야심차게 준비했던 할리우드 진출작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촬영이 끝나기가 무섭게 득달같이 합류해 찍은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올 여름 개봉 예정이니 전지현은 2008년 한 해 동안 지난 6년치 농사를 한꺼번에 짓게 된 셈이다.

간만의 스크린 나들이.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소화하기엔 '예비 월드스타'의 일정이 헐렁하지만은 않은 탓에 30분짜리 초 스피드 인터뷰를 가졌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전지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CF다. 'CF 이미지를 위해 너무 몸을 사린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 여론. 그녀도 잘 알고 있었고, 대답 속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히 묻어났다.

"사실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 했던 작품들에 대해서는 저도 아쉬운 점이 있어요. 작품 속에 제가 맞춰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저를 중심으로 모든 구도가 짜여져 있었던 거죠. 저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보니 뭔가 정리가 안 되고, 이미지 보여주기에만 급급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슈퍼맨'은 그녀에게 안성맞춤인 영화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슈퍼맨'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때, '얄팍하게 묻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정윤철이라는 실력파 감독에 황정민이라는 흥행 배우. 시쳇말로 '최소 본전은 건지는' 작품일테니까. 전지현도 "처음엔 묻어가려 했다"고 솔직히 답했다. 단 '묻어간다'는 말의 의미는 좀 달랐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모든 게 확실히 와 닿았어요. 다 짜맞춰진 틀에 저는 '수정'이라는 캐릭터로 맞춰 들어가면 될 뿐이었죠."

'천하의 전지현'이 맡기에는 아무래도 작아 보이는 배역. 그러나 전지현은 '슈퍼맨'이라는 큰 틀에 맞춰 들어가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쌩얼' 출연은 그녀의 달라진 마음가짐을 한눈에 보여주는 단적인 예. 더욱이 입에도 못 대는 담배까지 피워댔지만, 정작 흡연신은 한 장면만 살아남았다.

"원래 시나리오상에서 수정이 캐릭터의 비중은 좀 더 큰데 아예 못 찍은 장면도 있고, 편집도 많이 됐어요.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화 속에서 제가 할 몫은 충실히 해낸 것 같아요. 다만 담배 때문에 고생했던 건 좀 억울해요. 괜히 폐만 버렸지 뭐예요."

그녀의 예상 항로를 파악하기엔 2시간의 영화 러닝타임과 30분이라는 대화 시간은 짧기만 하다. 하지만 이미지라는 포구에 오랫동안 닻을 내리고 있던 '전지현 호'의 이번 출항에서는 왠지 다른 기대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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