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참신한 발상

〈제3보〉(26~38)=이날 박정상은 숙소에서 대국장(일본기원)까지 약 20분 거리를 혼자 걸어서 왔다. 반면 이세돌 온소진 한상훈은 택시로 이동했고, 대국 결과는 박정상만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초 11회 LG배 준결승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광주 광역시청까지 차로 도착한 저우쥔쉰(周俊勳)과 후야오위(胡耀宇)가 산책 삼아 걸어온 홍민표 조한승을 모두 꺾은 것. 물론 우연이겠지만, 징크스 많은 승부 세계에선 예사롭지만도 않아 보인다.

26으론 28로 먼저 갈 수도 있다. 참고도 흑 2를 강요한 뒤 3으로 진로를 막아서는 것. 4 자리를 내줘도 5로 전개해 충분히 둘 만하다. 실전처럼 26의 '현찰'을 먼저 챙기면 30까지는 거의 필연. 32가 강수이자 급소로, 온건하게 두자면 '가'로 달려 '라'까지 부호 순으로 처리할 수도 있었다.

37까지 흑이 빈삼각의 우형(愚型)이 됐다. 그러나 좌하귀 백도 박약한데다 흑 '마'의 약점도 있어 서로 만만치 않은 모습. 그리고 9분 뒤 문제의 38이 떨어졌다. 모니터로 관전하던 김인 단장이 "호오!" 하며 감탄한다. 참신하면서도 짜릿한 발상이라는 것. 이 바둑의 운명도 이 한 수로부터 결정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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