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불가사의

〈제4보〉(39~44)=기사란 직업만큼 철저한 정신노동 직종도 드물 것이다.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가 일시적으로 사고(思考)의 공황사태를 맞기도 하는 모양이다. 생각해 둔 수순 몇 개를 생략한 채 불쑥 마지막 수를 둔다든지, 팻감도 안 쓰고 바로 되 때린다든지 하는 해프닝은 수시로 발생한다.

△ 끼움은 기발한 맥점. 학구파인 박정상이 평소 상당한 연구 끝에 개발한 수임이 분명하다. 흑은 양단을 피하려면 39로 단수칠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참고 1도를 보자. 백은 1로 또 한번 끼우는 수가 좋다. 5까지 필연. 흑 6은 과욕으로 19까지 하변이 몰사한다(14…5). 흑 6으로 참고 2도 6이면 11까지 역시 흑이 망한 모습.

결국 참고 3도의 바꿔치기가 쌍방 최선인데, 이 결과는 연결해가면서 집을 챙겼고 선수까지 뽑은 백의 대성공이다. △ 두 점은 활용이 끝난 폐기물이다. 이렇게 두었더라면 △는 '올해의 묘수'로 손색 없는 호착이 됐을 것이다. 그런 것을 실전에선 40에 이어 43까지 거꾸로 하변이 뚫렸다. 40이 때이른 패착. △를 발견해낸 사람이 40에 두었다는 건 그야말로 불가사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