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소설은 젊은 세대와 바둑 잇는 가교"

바둑소설은 프로기사와 내기 바둑꾼이 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고, 그들이 치열한 승부세계 속에서 고뇌하는 승부사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인공들의 바둑관(觀)은 승부, 놀이, 예도(藝道), 예술 등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승부로 보는 관점이 가장 많았다. 장편 바둑소설 작가의 직업은 전업소설가(60%)와 관전기 필자(20%)가 대부분인 가운데 시나리오 작가, 의사, 바둑교실 원장 등 다양했다. 일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관전필자를 겸했던 가와바다(川端康成)가 쓴 작품(명인)도 있다. 바둑소설 발표 연령대는 40대 60%, 50대 30%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은 명지대 대학원 바둑학과 강나연(29)씨가 최근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에서 밝혀진 내용들이다. 제목은 '현대 바둑소설의 특징 및 주제에 관한 연구'. 1988년 이후 발표된 국내외 바둑 소설 41편(장편 18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바둑과 함께 문예창작을 복수 전공한 그는 바둑실력도 프로 입단 문턱까지 갔던 강자. 관전기 집필, 바둑프로그램 대본 작가를 거쳐 TV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EBS에서 양상국 九단과 함께 바둑교실을 진행 중이고, 바둑TV 최고 인기프로였던 '9급 따라잡기'에선 구성 대본 진행 등 1인3역을 해냈다.

강씨는 "바둑소설들이 제시한 다양한 주제가 바둑이 지닌 여러 얼굴을 말해준다"며, "바둑의 가치와 속성을 전달할 최고의 도구가 소설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새로운 동호 인구 유입이 더딘 가운데 젊은이와 바둑을 잇는 가교로서도 바둑소설의 책임은 크다는 것. 소설이 영화 드라마 PC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른 문화 콘텐츠로 이동하는데 1차 상품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표된 바둑소설들은 주제가 너무 쉽게 드러나는 등, 전체적으로 작품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는 게 그의 견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문학 장르로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도 했다. 그가 작품성과 재미를 고루 높게 평가하는 바둑소설 작품은 '승부'(조세례) 및 '입단연가'(홍성화).

긴 바둑 역사에 비춰볼 때 발표된 작품 수가 너무 적다는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 "각종 매체에서 바둑문학에도 눈을 돌려 작품 공모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제언을 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프로기사들 중에서도 소설을 직접 쓰는 사람이 나오고, 아직 단 1명도 없는 전문 바둑소설가가 출현하는 날 바둑의 지평도 훨씬 넓어질 것으로 결론지었다.

월간 '바둑'지 구기호 편집장은 "바둑과 문학의 만남을 다룬 첫 논문이란 점에서 특히 바둑계로선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논문 지도를 맡았던 정수현 교수(프로 九단)도 "선행 연구가 완전 불모(不毛)인 상태에서 소중한 첫 삽을 떴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강씨는 앞으로 중국과 서구 쪽 바둑소설을 뒤지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작품들까지 포함해 연구를 계속할 계획. 이와 함께 "언젠가 내 손으로 직접 최고의 바둑소설을 써 보는 것이 꿈의 종착역"이라며 야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