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창호

이창호(33·사진)가 부활하고 있다. 새해 들어 13전13승. 지난 연말 거둔 3승을 포함하면 최근 16연승의 쾌조다. 그 과정서 바둑왕전 우승, 전자랜드배 백호부 우승에 이어 26일엔 제3기 원익배 십단전 결승 3번기 1국서 목진석에게 백 불계승,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겼다. 명인전서도 본선리그에 복귀했다.

사실 이창호의 16연승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는 건 어색한 일이다. 전성시절엔 10몇 연승쯤 하다 한 판 지고 다시 10승 이상을 내리 챙기는 패턴을 수없이 반복했었다.

그는 과거 6회나 월간 전승 기록을 수립했었다. 이번이 일곱 번째다. 88년 4월 14전 전승에 이어 이달이 자신의 월간 최다승 전승 역대 2위 기록이다.

지난해 이창호는 54승31패, 승률 63.5%에 머물렀다. 7연승이 최다였고 4연패도 있었다. 16연승 퍼레이드가 '황제의 부활'의 신호탄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창호는 "나도 신기하다"며 웃었다. 겸양 속에 비수가 감춰져 있다. 지난해의 부진을 떨치려고 체력 증강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는 소문. 이달 초 바둑대상(大賞) 시상식 때는 "새해엔 이세돌 九단을 겁나게 만들겠다"며 투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내달 2일 벌어질 원익배 2국서도 승리할 경우 4관왕에 오른다. 이번 연승 행진이 어디까지 계속될까 하는 것도 관심사.

90년 그가 수립한 41연승 기록은 20년 가깝게 꿈쩍도 않고 있다. 이세돌이 작성했던 지난해 최다 연승기록(24승)까지는 불과 8승만 남았다. 전성기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이창호가 또다시 질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