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 이혜영, "내 경쟁자는 할리우드 메릴 스트립"

"내 경쟁자는 메릴 스트립이야."　할리우드의 대표 중견 여배우 메릴 스트립. 그녀는 세계의 여배우들에게 존경의 대상이거나 가장 닮고 싶은 여배우로 손꼽힌다. 그러나 영화배우 이혜영에겐 경쟁자이다.　"메릴 스트립은 내가 해보고 싶은 역할을 매번 한발 먼저 하는거야. 그래서 좀 얄밉기도 하고 내 경쟁자야."　최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또 새롭게 변신한 메릴 스트립, 그녀처럼 변신에 능한 여배우는 없다. 이혜영 역시 다양한 역할로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불편해지고 싶어. 중견 배우들은 본인이나 감독들이 애써서 다른 걸 찾지 않으려고 하는데, 난 배우로서 불편한 역할을 하고 싶어."



그녀는 장애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는 현실도 충분히 알고 있다. 역할만 좋다면 조연이든 단역이든 상관없다. 그래서 이혜영은 영화 '더 게임'(감독 윤인호)을 선택했다.

"몇차례 엄마 역으로 타이틀롤(주인공) 섭외가 있었는데, 나 한텐 '더 게임'의 혜린 역할이 매력적이었어. 스릴러 영화도 처음이었고." 그녀는 욕망으로 가득 차 남편 강노식(변희봉)에 기생하는 혜린의 악마적인 모습에 끌렸다.

그렇지만 혜린의 많은 부분이 삭제돼 촬영했던 만큼 보여주지 못한 것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처음엔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작품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지금은 윤인호 감독을 이해해."

영화는 게임을 벌이는 강노식과 민희도(신하균) 중심으로 그려져, 혜린이 벌이는 또다른 게임과 악녀적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혜영의 등장만으로도 영화는 빛이 난다. 이혜영만이 지닌 강인한 이미지가 영화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단번에 살려준다.

그녀는 영화 데뷔 후 한번도 멜로 연기를 해본적 이 없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수녀 역으로 연극에 데뷔했지만 영화에선 줄곧 작부, 정부 등 강하고 센 역할만 맡았다.

그런데 지난 2005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KBS2)에선 전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죽도록 싫어하는 차무혁(소지섭)을 위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그녀의 재발견이었다. "그때가 아들을 낳고 얼마 안됐는데 아들 생각하면서 연기하니까 감정이 잘 살았지. 새로운 느낌이었어." 그래서일까 그녀는 여성을 잘 이해하는 감독들과의 작업을 기대한다. '사랑니'의 정지우,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등과 작업하길 희망하고 있다. 　'더 게임'의 혜린처럼 욕심 많은 배우 이혜영, 그녀의 연기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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