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반전보다 아름다운 영상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중화권 멜로물로서는 드물게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소규모 개봉에도 선전하고 있다.

중화권의 떠오르는 스타 주걸륜이 주연은 물론 첫 장편영화 각본·감독을 맡아 화제가 된 이 작품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9점 이상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피아노를 소재로 아름다운 영상과 독창적인 러브스토리가 관객의 꾸준한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

그렇다면 어떤 비밀이 있기에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상륜(주걸륜)은 예술학교에 전학 온 첫날 복도를 걷다 들려오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발길을 멈추고 샤오위(계륜미)와 마주친다. 신비스러운 느낌의 샤오위와 그녀의 연주에 호감을 느낀 상륜은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밀"이라는 것 뿐. 천식이 있는 샤오위는 허구한 날 수업을 빠지고 상륜에게 불쑥불쑥 나타나고, 둘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면서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다.

어느 날 상륜을 좋아하는 칭이(증개현)의 개입으로 샤오위는 오해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몇 달 간 그를 떠나 있게 된다. 그녀가 다시 찾아온 곳은 상륜이 자신을 위해 연주한다고 약속했던 졸업식. 이후 상륜은 다시 사라진 샤오위의 흔적을 추적하던 중 마침내 20년이라는 시간을 넘나든 놀라운 비밀을 발견하는데….

영화는 시종일관 이러저러한 추측을 조금씩 엇나가게 하면서 관객의 궁금증을 유지시킨다. 주인공 외에도 샤오위를 알아보는 이가 있으니 식스센스(1999)도 아니요, 만나서 사랑하되 간간히 사라질 뿐이니 동감(2000)도 아니다. 영적인 분위기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상하리만큼 있어왔으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모든 스토리에서 음악이 절묘한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적극적 개입까지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판타지적 사랑이야기가 주축을 이루지만 정작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음악과 사랑을 소재로 한 우리네 삶의 소소한 낭만이 아닐까. 그래서 영화를 본 누리꾼 사이에서 연일 회자되는 놀라운 반전보다는 수채화처럼 젖어드는 10대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 전개에 무게를 두고 볼 것을 권한다.

< 이은빈 객원기자 cucici@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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