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릴 때 마지막 돌파구로 개명을 선택하곤 한다.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이 각오를 다지겠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충무로에도 개명 붐이 불고 있다.
사실 영화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봉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제목을 바꿔 다는 건 그리 새로울 일이 아니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원제 '보고 싶은 얼굴'),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원제 '미열'), '잘 살아보세'(원제 '요원의 수기'), '눈부신 날에'(원제 '컨테이너의 남자'),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원제 '성난 펭귄')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최근의 개명 붐에는 씁쓸한 사연이 숨어 있다. 벌써 세 편의 영화가 이름을 바꿔 달고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마지막 선물…귀휴'(이하 마지막 선물), '대한이, 민국씨', '허밍' 등이 바로 그것.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잇따른 개봉 연기에 속을 태우다 대망의 빛을 보게 됐다.
'마지막 선물'은 당초 '귀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에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다음 달 5일 비로소 극장에 걸린다. '귀휴'라는 원 제목은 새 제목 옆에 주석처럼 달아놨다.
지난해 상반기에 크랭크업한 '대한이, 민국씨' 역시 좀처럼 개봉 일정을 못 잡다가 밸런타인 데이(2월14일)에 관객들을 찾아간다. 원래 이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으로 개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격 코미디'라는 장르와 제목이 어울리지 않고, 동명 이탈리아 영화와 혼동 우려가 있어 새 옷으로 갈아 입게 됐다.
'그, 사랑을 만나다'로 크랭크업했던 '허밍' 역시 오랜 기다림 끝에 '허밍'이라는 새 제목으로 화이트 데이(3월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훨씬 발음하기도 편해지고, 멜로 냄새가 짙어졌다는 평이다.
개봉만 된다면, 흥행만 된다면 이름이 아니라 뭐라도 바꿀 수 있을 터. 새로이 옷을 갈아입은 영화들이 대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지난해 하반기 흥행작인 '세븐 데이즈'는 멋진 본보기다. 당초 이 영화는 '목요일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촬영까지 일부 진행됐지만, 제목 변경은 물론 감독, 배우들까지 모두 '갈아엎고' 대 역전극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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