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때 이른 참변(慘變)

〈제5보〉(44~52)=프로 바둑에선 단 한 수의 실착이 곧잘 파국으로 이어진다. 44로 중앙을 틀어막은 수도 의문. 참고 1도처럼 눈 딱 감고 1로 석점머리를 두들길 곳이었다. 흑 6의 보강이 불가피할 때 13까지 처리했으면 아직 버틸 만 했다. 흑은 참고 2도를 택해 A의 약점을 노려올 텐데, 그래도 이 쪽이 백의 최선이었다는 결론.

45가 후야오위의 냉정 침착함을 잘 보여준다. 참고 3도처럼 1을 먼저 차지해도 될 것 같지만 백 2가 온 다음의 흑 3은 4가 성립하기 때문. 46으로 51은 흑 47로 하변이 너무 크게 들어가는 데다 흑에게 '가'의 끊음과 '나'의 버팀 등 노림이 남아 무리다. 결국 50까지 굴복을 받아낸 뒤 비로소 51로 좌변을 정비하니 닭 쫓던 개 꼴이 돼 버렸다.

여기까지 백은 하변 침입군이 몰살하면서 이 일대에만 45집 가량의 대가(大家)를 허용했다. 아직 좌하귀 백의 삶이 확실치 않다는 것도 괴로움. "51로 바둑은 사실 상 끝났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박정상은 그래도 52로 단수쳐 피나는 추격전에 나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