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악전고투(惡戰苦鬪)

〈제6보〉(53~63)="천재란 게 따로 있나요? 남들보다 10배 노력하면 1류가 되고, 그 사람보다 10배 더 공부하면 최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작년 후지쓰배를 통해 세계 정상을 밟은 직후 박정상이 토해냈던 사자후(獅子吼)다.

실제로 그는 우리 바둑계에서 대표적 노력파로 꼽힌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한국기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을 정도. 최근엔 삭발까지 단행, 결의를 다지고 나서 올해 행보가 주목된다.

53, 55는 양보한 것 같지만 절대 수순. 54 자리에 뻗었다간 참고 1도처럼 단숨에 망해버린다. 57 때 58로는 보통의 경우라면 참고 2도 백 1인데, 흑이 8까지 벗어나면 앞길이 더욱 난감해진다. 실전은 그나마 좌상귀라도 지키면서 버티겠다는 의미. 그러나 삼삼이 비어있어 그마저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63의 시점에서 좌상귀를 지킬 수 있을까. 그나저나 좌하귀 백은 이렇게 방치해 놓아도 괜찮은 것일까. 갈 곳이 많고 바빠졌다는 게 백의 열세를 잘 말해준다. 여기까지 오전 대국. 백이 51분, 흑은 53분을 썼다. 어두운 표정으로 식탁 앞에 앉은 박정상의 모습이 몹시 애처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