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약점투성이

〈제8보〉(76~87)=8강 및 4강전이 벌어졌던 도쿄엔 이세돌 박정상 온소진 한상훈 등 4명이 참가했었다. 이세돌이 주로 혼자 움직인 반면 나머지 한국 기사들은 박정상의 인솔(?) 아래 일사불란하게 붙어 다녔다. 4강전서 맞붙게 될지도 모르는 '잠재적 적(敵)'들이지만 객지로 나가면 이처럼 똘똘 뭉치게 마련. 출국 전날 박정상과 한상훈은 바둑리그서 맞대결, 박정상이 승리했는데 도쿄 원정에선 희비가 바뀌었다. 승부만큼 무상한 게 또 있으랴.

76으로 참고도 1로 받으면 6까지 패(覇). A 쪽에 흑의 팻감이 무궁무진해 이렇게는 둘 수 없다. 이 정도 판이 기울어졌을 경우 보통은 팻감이라도 많은 법인데 설상가상 실탄(實彈)조차 부족한 격이다. 생각다 못해 76으로 씌워 꼬리 자르기로 나선다. 86까지 하중앙을 유린당하고 후수로 틀어막는 형태를 갖췄지만 사방이 허술해졌다.

또 하나 걱정거리는 '가' 자리의 단점. 패로 버티는 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백으로선 또 다른 부담이다. 그러나 한참을 생각하던 후야오위의 다음 선택은 87. 이렇게 지켜서 승산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87로 '가'에 끊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다음 보에서 알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