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코미디·휴먼드라마… 올해는 '장르의 축제'

■한영화: '6년째 연애중'은 우리 사이 같지 않니?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이, 의무감으로 만나는 연인 말이야. 공감 강하게 되더구만. 너도 그래? 서른 즈음의 여자들이 갖는 고민이 그런거야?

■나멜로: 박현진 감독이 우리 또래 여자잖아. 그런 점에서 권칠인 감독의 '싱글즈'나 '뜨거운 것이 좋아'와는 비교되는 지점이 있지. 아무래도 여자 마음은 여자가 더 잘 아는 게 당연하잖아.

■한영화: 그나저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무방비 도시'는 괴력이군, 괴력이야. 1월 10일에 개봉한 영화가 아직까지도 펄펄 기운이 넘치네.

'명절엔 코미디'도 이젠 옛말. 올해 설날 극장가는 장르의 축제다. 휴먼드라마에서 스릴러까지 장르도 다양하고, 슈퍼맨부터 경성 라디오 방송국까지 소재도 풍성하다. 개봉 영화는 늘 먼저 봐야 직성이 풀리는 한영화군과 나멜로양. 설 연휴에 상영하는 8편의 한국영화를 미리 챙겨봤다.

■한영화: 한 편만 고르라면 난 '더 게임'이야. 인간 탐욕의 밑바닥이 어디까지인지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스릴러는 정말 오랜만이라고 봐. 그리고 그 장면. 뇌와 척수를 송두리째 들어내 서로 맞바꾸는 외과 수술 장면은 정말 충격이더라고. 변희봉 신하균 손현주의 연기 역시 찰떡궁합이고 말이야.

■나멜로: 인간의 탐욕 따윈 별로 관심 없어. 명절에는 그래도 가족끼리 한 번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좋지 않아? '원스 어폰 어 타임'이 제격이더군. 난 박용우에게 반했어. 능글맞으면서도 귀엽고, 지적이면서 몸매까지 착하지. 이제 독립군의 시대는 끝나고 사기꾼의 시대가 왔다잖아. 한국형 보물찾기 영화라는 설정도 신선하더군.

■한영화: 황정민 전지현 스타 캐스팅에 기대가 컸는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좀 실망이야. 진심은 알겠더라구. 하지만 너무 윤리교과서 같지 않아? 보고 나서 사람을 착하게 만들어주는 영화가 있고, 착해지라고 강요하는 영화가 있지. '슈퍼맨…'은 후자더라고.

■나멜로: '라듸오 데이즈'도 심심했어. 조선시대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과 라디오 드라마라는 설정은 흥미 있었는데, 감정의 높낮이가 없더라구. 예전에 라디오드라마를 소재로 했던 일본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도 생각나고 말이야. 어쨌든 한량 PD 류승범보다는 음향담당 K로 나오는 이종혁의 연기가 돋보이더라.

■한영화: 난 식민지 경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도 불만이야. 뭐 하나가 새로운 트렌드라고 시작하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후죽순처럼 따라가고. 그래서야 금방 식상해 지는 게 당연하잖아.

■나멜로: 웬 흥분? 감동 드라마를 보고 좀 마음을 가라앉히시지. '마지막 선물'은 신현준의 연기가 좋았어. 예전에 '맨발의 기봉이'가 생각날 만큼 따뜻한 영화더라고. 장기이식은 이제 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지만, 희생을 바탕으로 한 부성애는 여전히 감동적이야.

■나멜로: 영화의 힘도 힘이지만, 장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반가운 소식이야. 핸드볼이 이렇게 주목 받은 경우는 단군이래 처음이라던데? 만듦새는 좀 불만이지만 소매치기를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도 신선하더라구.

■한영화: 이번 명절이 4, 5일 이틀만 휴가내면 무려 9일 연휴라면서. 하루에 한 편씩 봐도 하루가 남네? 우리 같은 영화광들에게는 환상의 축제군. OK, 영화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