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코미디·휴먼드라마… 올해는 '장르의 축제'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를 비롯한 할리우드 A급 스타가 나선 것 만으로도 이번 설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찰리 윌슨의 전쟁'을 제외하곤, 눈에 확 띄는 외화가 별로 없다. 이연걸·유덕화·금성무 호화 캐스팅만으로도 눈요기가 되는 '명장'은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할리우드 영화 '300'이 준 충격 이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극히 '남성적'인 영화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 것. '선물은 (다이아몬드처럼) 작을 수록 좋다'는 우스개가 이번 설엔 증명될 테니까. '작은 영화'들의 따뜻한 시선이 새해 들어 설까지 쌓여온 정신과 육체의 피로를 보듬어 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빨간 풍선'. 파리 오르세 미술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 속에 녹아있는 파리 시내의 은은한 풍경은 마치 담백한 수채화 속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 줄리엣 비노쉬의 원숙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영화. 빨간 풍선은 인간의 집착을 함의한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은 사랑과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시한부 환자 막스는 교통사고로 엠마의 농장에 굴러 떨어지게 된다. 심한 결벽증 환자이기도 한 막스는, 돼지와 닭을 키우며 '자연인'으로 사는 엠마와 어울리며 서로의 장점을 배우게 된다.

코미디도 준비돼 있다. '크레이지'에는 1960년대 마초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다섯 형제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핑크 플로이드, 롤링 스톤스, 데이빗 보위의 전성기 음악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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