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시대의 유쾌한 아이러니 '원스 어폰 어 타임'

지난해 말 주춤했던 한국영화 흥행 성적이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

'더 게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원스 어폰 어 타임'이 나란히 1,2,3위를 차지하며 흥행 청신호를 켜고 있는 것. 이 중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기꾼 오봉구의 활약을 유쾌하게 그려내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관객이 몰리고 있다.

때는 일제 치하 1940년대, 오사카의 재력가 출신으로 알려진 가네무라(박용우)는 사실 천의 얼굴을 가진 사기꾼. 어느 날 경성 최고의 가수이자 밤에는 해당화라는 필명으로 도둑질을 일삼는 하루꼬(이보영)와 '동방의 빛'이라는 대형 다이아몬드를 사이에 두고 마주친다. 잘 나가는 일본인 행세를 하고 있었던 둘은 그제서야 봉구, 춘자라는 이름을 가진 조선인임을 알게 되고 이후 동방의 빛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갖은 속임수를 쓰며 대결을 벌인다.

포스터부터 '인디애나 존스'와 같은 이국적 어드벤처물을 연상시키는 '원스어폰어타임'은 한국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성룡, 주성치식의 유쾌한 코믹 액션을 선보인다. 조폭 코미디식의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대신 엉뚱하고 재치 있는 대사와 상황 설정으로 건강한 웃음을 유도하는 것. 여기에 시대의 '핫 코드'라 할 수 있는 경성을 배경으로 설정해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조망하는 대신 돈이 전부인 사기꾼과 도둑의 활약을 그린 점이 신선하고 도발적이다.

능청스러운 사기꾼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낸 박용우의 연기도 좋지만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독톡히 하는 두 인물이 있으니 바로 성동일과 조희봉. 이들은 사장과 요리사로 일하면서 은밀히 독립투사로 활동하지만 엉성한 계획은 번번이 실패를 거듭함으로써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시시각각 바뀌는 이보영의 화려한 의상 변신도 영화의 감상 포인트.

시종일관 긴장과 스릴을 유도하면서 웃음을 놓치지 않는 감독의 위트가 빛난다. 기분전환을 위해 연휴에 극장을 향하는 이들에게 흥미진진한 오락영화로 권하기에 '원스어폰어타임'은 손색이 없다.

< 이은빈 객원기자 scblog.chosun.com/cuci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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