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유행 모드

〈제1보〉(1~15)=덤 6집 반 아래서의 흑백 선택은 프로들도 저마다 다르다. 이세돌은 "비슷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이날은 상대가 홀 짝을 못 맞추자 망설이지 않고 흑돌이 담긴 통을 가져간다. 이날 따라 덤의 부담을 안고서라도 주도적으로 판을 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8강전 뒤 하루를 쉬고 맞이한 준결승전. 이세돌은 일본 장쉬를, 후야오위는 한국 박정상을 각각 물리치고 올라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초반은 언제나 빠르다. 연구가 충실히 돼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고, 중반 이후 승부처에 대비한 '시간 절약'의 의미도 있다. 7까지 또 다시 '미니 중국식' 포진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재빠르게 놓여졌다. 요즘 초반 포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 전통 기법(棋法)인 순장바둑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정도다.

8은 당연한 걸침이고, 9도 이런 배석(配石)에서 요즘 가장 자주 등장하는 협공. 10에서 처음 1분을 썼다. 14로 붙여갔을 때 15의 '헤딩'이 역시 최신유행 모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로 틀을 잡는 수가 불문율처럼 통했었다. 참고도가 자주 나오는 그림. 15의 도발적 강수로 바둑은 초반부터 기세싸움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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