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제자리 걸음

〈제3보〉(34~45)=후야오위는 지난 해 LG배 준우승 후 귀국해 곧바로 벌어진 리광(理光)배서 우승했다. 큰 승부에서 패하고도 후유증을 겪지 않은 걸 보면 자기제어 능력이 탁월한 기사임에 분명하다. 연말에 끝난 중국리그서도 소속 팀(상하이)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중국 랭킹에선 2위에서 4위로 두 단계 떨어져 희비가 엇갈렸다.

34는 신수(新手). 보통은 35 자리에 두고 흑 37 때 38에 늘어두는 식으로 처리한다. 이 바둑을 검토한 중국기사들은 참고 1도를 제시하며 "백이 전혀 나쁠 것이 없는 그림"이란 견해를 폈다. 실전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뉘앙스였다. 아무튼 38로 손을 돌려 일단락.

39로 바짝 다가가 이세돌 식 맹공이 시작된다. 40은 15분을 장고한 수. 기분 같아선 참고 2도 1, 3으로 챙기고 싶은데 8까지의 우격다짐이 겁난다. 하긴 이세돌은 이런 만행(?) 쯤 마다할 기사가 아니다. 42가 초반 문제수. 43자리로 뛰고, 흑 '가'를 기다려 42가 옳았다. 실전은 43 때 44의 제자리걸음이 불가피, 45를 허용하면서 주도권이 흑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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