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의형제의 비극적 운명 '명장'

전쟁이란 무엇인가? 군사 전략가 클라우제비치는 "전쟁은 정치적 수단과는 다른 수단으로 계속되는 정치에 불과하다"며 주장한 바 있다. 흔히 '정치의 연장'이라고 요약되는 클라우제비치의 전쟁론에 따르자면, 정치권력을 향한 이전투구의 한 형태가 전쟁일 것이다.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아비규환의 지옥같은 살육의 현장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란 어떠할까?

진가신 감독의 '명장'은 19세기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난 청나라를 배경으로 의형제를 맺은 세 인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전쟁 영화이다. 전쟁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진가신 감독의 '명장'은 전쟁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진실을 탐구한 반전 영화에 가깝다.

청나라 장수 방청운(이연걸)은 병사들이 전멸하는 상황에서 혼자 죽은 척해 가까이로 살아난다. 그는 도적들 마을로 도망가 그곳에서 조이호(유덕화), 강오양(금성무)을 만난다. 결국 이들은 의형제를 맺고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하지만 피의 맹세는 곧 허물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죽어야만 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전쟁을 다룬 기존 작품들이 주로 전장에 내몰린 인간 군상들의 이해관계를 그렸다면, 진가신 감독은 가치관이 다른 인물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내러티브를 이끌어간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또는 누구처럼 행동할 것인가?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임을 증명하는 냉혹한 전쟁의 현실 앞에 의형제, 정의 따위는 낭만적인 수사일 뿐이다. 오로지 살아야한다는 사실만이 진실이며 진리일 것이라는 믿음이 전쟁의 가장 비열한 본질일 지도 모른다. 피로 맺은 의형제의 뜨거운 우정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진가신 감독의 '명장'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부림치는 남성들의 삶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전쟁과 권력 앞에서 이성을 잃고 또한 신념을 져버린 자의 비극적인 운명은 비단 과거의 역사가 아닌 오늘의,그리고 내일의 우리 역사일 것이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